행정미숙으로 장학생 선발서 탈락…항의하자 뒤늦게 추가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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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미숙으로 장학생 선발서 탈락…항의하자 뒤늦게 추가합격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5.3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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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P씨 세 번 도전 끝에 1차 선발됐지만
농부 아버지 주소 청성면에 별도 있는 이유로
2차 서류심사서 탈락…“이렇게 억울할 수가”
군 “주민등록상 한 가족 아니어서 감점처리,
구제방안 찾겠다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옥천읍 거주 P씨. 농부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옥천군장학회에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탈락됐다. 도전 세 번째 만에 올해 상반기 장학생선발과정 1차에서 92.8점을 받으며 24명중 7번째로 선정됐다. P씨는 서류에도 큰 문제가 없기에 최종 19명에 여유롭게 들어갈 거라 생각하며 졸업 전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최종선발명단에 P씨의 이름은 없었다. 깜짝 놀란 그는 장학회를 찾아가 담당공무원으로부터 탈락사유에 대해 답변을 듣는 순간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P씨의 실질적 가족수는 그를 포함 4명. 조상 대대로 옥천에서 낳고 자랐으니 관내 거주기간은 10점 만점에 10점.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청성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 농협거래 등 농부로서 행정관련 일을 보는데 여간 쉽지 않아 전답이 있는 청성면에 주소를 둬 주민등록상 따로 돼 있었다. 화근은 여기서 발생했다.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서로 다른 이유로 P씨의 가족수는 4인이 아닌 3인으로 인정됐고, 이로 인해 가족수 점수에서 당초 8점이었던 게 2점이 차감된 6점으로 계상됐다. 결국 P씨는 2점 차감으로 1차 7번째에서 최종선발 19명 중 19번째로 밀렸으며, 설상가상 19번째 동점자가 3명이 있어 동점자 순위에서 또 밀려 결국 최종선발에 들지 못했다.
문제는 장학회가 발표한 모집공고다.

공고에 따르면 1차 합격자는 기본서류로 성적증명서, 주민등록초본과 등본, 건강보험납부내역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민등록등본으로 ‘가족사항 확인 시 등본에 기재된 구성원 중 신청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만 반영한다’고 했다. 삼촌 등 동거인은 가족수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부분별 서류로 ‘부모와 학생의 주소가 다른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가족이지만 주민등록등본에 함께 등재돼 있지 않은 경우 가족수를 확인하는데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P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의 아버지 주소지가 청성면인 관계로 P씨는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동시 제출했다. 그럼에도 P씨의 가족수는 4인이 아닌 3인으로 인정된 것이다.

P씨는 “등본 상 가족수는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 반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등본에 등재된 가족만 인정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공지되지 않았다. 또한 부모와 주소가 다른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로 확인하겠다는 것임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공고 내용에서부터 서류심사까지 총체적 행정미숙으로 탈락될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 대해 1차 접수와 2차 서류제출 당시 담당자에게 문의했을 땐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담당공무원에게 항의했더니 행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다음 공고 때부턴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저는 공무원의 실수로 억울하게 탈락됐다. 졸업반이어서 다음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공무원에게 경각심을 심기 위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군 관계자는 옥천향수신과의 인터뷰에서 “인구유입책 차원에서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가족만 가족수로 인정하다보니 일부 정확히 고지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다음 공고 때부턴 수정해 진행하겠다”며 “이번 학생에 대해서 구제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히면서 검토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 2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19번째 동점자 3인에 대해 모두 합격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없던 이례적 결정이다.

지역 인재육성을 위해 적게는 천원에서부터 수십만 원까지 매월 자동이체로 기부하는 소중한 정기 기부자들. 한푼 두푼 꼬깃꼬깃 모아 둔 쌈짓돈 수백만 원을 기탁하는 아름다운 기탁자들. 이들의 응원 덕에 옥천군장학회는 창립 10년 만에 100억 원대 기금을 마련했다. 이같이 모아진 소중한 기금으로 매년 2회 장학생을 선발해 수억 원을 지급하고 있다. 수혜자들은 사회에 진출하고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해 또 다른 기부자가 되곤 한다. 선의 고리에서 이번 옥천군장학회의 행정미숙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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