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인 A 씨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오늘은 런닝머신 위에서 달려보기로 한다. 20여 분을 달리고 나서 런닝머신을 내려서는 순간 심한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하였다. 다행히 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평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터라 운동할 때 이런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 적잖이 걱정되었다.
운동을 할 때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사실 누구나 자주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큰 신체의 이상 없이도 나타난다. 즉 고정된 땅에서 걷거나 달리는 것과는 다르게 러닝머신 위에서는 지면(벨트)이 움직이고 사람은 제자리에서 걷거나 달리게 된다. 한동안 움직이는 벨트 위에서 발을 움직이다가 바로 지면에 발을 딛게 되면 우리의 뇌는 고정된 지면에 바로 적응하지 못한다. 즉, 우리의 뇌는 눈이 전해주는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한동안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어지럼증은 질병으로 초래된 것이 아니므로 사전에 주의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원인은 운동을 하다가 바로 멈출 때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이 순간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온몸을 순환하는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 원리는 움직이는 근육이 정맥혈관을 리그미컬하게 압박하는 소위 ‘근육펌프’ 작용으로 인한 것인데, 갑자기 운동을 멈추면 근육펌프 작용이 소실되면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량도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그로 인해 심장이 품어내는 혈액량이 감소하면서 운동 중에는 올라갔던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러면 뇌로 가는 혈류량도 순간적으로 감소하는 뇌빈혈 현상이 나타난다. 심한 운동을 하고 난 직후에 눈앞에서 반짝이는 것이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이런 증세를 예방하려면 운동을 갑자기 멈추지 말고 서서히 마치고, 앉거나 누운 자세로 정리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어지럼증의 원인이 심장 자체나 뇌에서 비롯되는 경우이다. 운동에 의해 잠재된 부정맥 증상이 촉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드문 경우이지만 건강한 운동선수에게서도 경기 중 돌연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심장은 스스로 전기적 흥분을 일으키고 전파시키는 특별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이 경로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리듬이 불규칙하게 되고, 그 결과 일시적으로 뇌빈혈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혈전을 잘 생성하기 때문에 뇌혈관이 막히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운동 전이나 중에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우리 뇌의 갈증중추는 혈액이 꽤 손실되고 농축될 때까지 잘 자극되지 않으므로 땀을 흘리지 않고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마시는 습관은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어 준다. 혈액이 농축되면 혈전이 발생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므로 운동 전에 약 5~10분 간격으로 30~50ml의 물을 몇 차례 나누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과 관련해서 보다 만성적인 어지럼증의 원인으로는 ‘운동성 빈혈’을 들 수 있다.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할 때 발바닥과 지면과의 충돌에 의해 발바닥에 분포된 모세혈관에서는 적혈구막이 터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또 혈액이 일시적으로 산성화되는 것도 노쇠한 적혈구막이 터지는 원인이 되는데 이를 적혈구용혈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뼈의 골수에서는 새로운 적혈구를 만드는 일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새로운 적혈구를 생성하는 속도에 비해서 일시에 너무 많은 적혈구용혈이 일어나게 되면 빈혈이 초래된다. 이에 더하여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단백질이나 철분, 엽산 등 피를 만드는 영양소를 부실하게 섭취한다면 빈혈증세가 나타날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처럼 운동 중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한 어지럼증이 뇌경색의 전조증상이나 심장부정맥, 심한 빈혈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운동 중이나 운동 후 지속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경우에는 병원에서 진단받고 사고의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