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까지 익히며 준비한 ‘문화 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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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까지 익히며 준비한 ‘문화 귀촌인’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5.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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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은 수몰민 권종현·라재순 부부
귀촌인 권종현·라재순 부부가 보청천이 내려다보이는 포토존에서 환한 미소로 포즈를 취했다.

귀촌인 권종현(59)·라재순(52) 부부는 청성면 장수리 보청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8년 전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집을 짓고 얼마동안은 대구에서 옥천까지 오고 가다 완전히 이주한 것은 4년 전이다.

권종현 씨는 본래 옥천 군북면 막지리가 고향이다. 19세 때까지 생활하다 막지리가 수몰되면서 옥천읍으로 나왔다. 이후 군대를 다녀와 26세 되던 해 직장생활을 위해 고향을 떠난 후 타지에서 생활한다. 대구에서 30년여 년 동안 하던 정밀기계 제작 사업이 가장 잘 되던 시기, 귀촌을 단행하게 된다. 가장 많은 매출을 낸 시기 사업을 정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하지만 권 씨는 “사업을 한다는 건 오직 일에 매달려 사는 것”이라며 “이대로 나가다간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귀촌을 위해 여러 가지 배우기 시작한다. 경기민요, 서예를 배운 것은 그때부터다. 도시에서의 생활과 달리 귀촌인의 삶은 스스로 문화를 발굴해나가야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질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청성면 ‘청산농협청성분소’ 앞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민요공연을 하고 있다. 한두레 권역에서도 주말 캠핑객을 위한 공연을 한다.

또한, 겨울이면 마을회관에서 한 시간씩 어르신들에게 민요를 들려드리며 시간을 보낸다. 나만 행복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과 노래하고 덩실덩실 함께 춤추니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권종현 씨는 문화예술에 유독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귀농·귀촌자 중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과 함께 문화를 이끄는 단체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미 각 분야(한지공예, 미술, 목공예, 짚풀공예, 대중음악, 서예, 미술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6명이 모여 ‘청성면문화예술협동조합’ 첫 모임을 가졌다. 권 씨는 “우리 마을이 살기 위해서는 공연과 공예품 혹은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외지에서 청성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현재 청청아카데미 어린이날 행사를 3회째 주관하고 있다. 또한, 청성풍물단에서 부상쇠로 꽹과리를 맡고 있다.

그의 아내 라재순 씨는 서울에서 성장해 단 한 번도 시골 생활 경험이 없다. 처음엔 귀촌을 만류했지만, 남편의 뜻이 워낙 확고해 바꿀 수 없었다. 귀촌하고 얼마 동안은 적응이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날 텃밭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고. 그때부터 이곳 생활이 편안해졌다. 마을에 아는 언니 두 분과의 대화도 적응하는데,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현재 청성주민자치위원회 ‘청성블루엔블루댄스팀’ 회장을 맡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 활동을 하면서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아내 라재순 씨는 “귀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기 남편이 다그치지 않고 배려해주고 마음을 읽어줘서 고맙다”며 “지금은 스스로 이곳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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