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의 정신으로 재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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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혼의 정신으로 재출발을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 승인 2019.06.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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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연초에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라는 기고를 시작해서 몇 편 올린 원고는 주로 은퇴를 맞이하거나 은퇴한 이들의 삶에 대하여 제안한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이유는 대다수 독자의 연령층이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중년 이후의 나이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보다 젊은층도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시기에 관계없이 언제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꿈꾸어오던 생각을 실천할 때 새로운 출발이라 말할 수 있다. 결혼하여 살고 있는 모든 연령대의 부부들은 생활에 지치고 힘든 자신들을 발견하고 무언가 쌓인 것을 해소하고자 할 때 새로운 출발은 좋은 해결방법이 된다. 은퇴자들이 은퇴 후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황혼이혼의 문제는 새로운 출발을 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인의 삶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급진적이다. 결혼하는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늦추어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아예 결혼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를 취업이 어렵고 수입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고 아이들의 양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현실에서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이전의 세대들은 어떻게든 고비를 넘기고 살아왔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 수지타산의 계산이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결혼보다는 직장의 일이나 취미 등 개인적인 삶의 성취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은퇴 세대들은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세상은 급격하게 자신 위주의 삶으로 변해 기성세대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러워한다. 앞으로 젊은이들은 잘 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자신이다.

부부 사이 많은 갈등은 성격 차이 등등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기를 확립하지 못해 행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은퇴 후 생기는 갈등은 자기 확립을 위한 영역 싸움인 것이다. 뒤늦게 나의 영역을 확보하고 무엇인가 해 보려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래서 실천하지 못하고 불만스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한편으로 사회의 알려진 인사들이 자신의 평생 일을 떠나 평소에 꿈꾸어오던 일을 나 홀로 해보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은퇴자들도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보고 실천한다면 좀 더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낼 것이다.

지난 세대의 남성들은 가부장적 책임이 그들의 의무이고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고 생각하였다. 같은 세대의 여성들은 가정의 유지 아이들의 교육 등으로 자신이 가족에 매몰된 삶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모두들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였다. 나의 인생 속에 내가 없었다. 다행스럽게 지금 세상에서는 늦게나마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로 전환이 되었다. 그것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을 찾아 행복해지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온 기회를 잘 이용하여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위하여 실천해야 한다.

2000년대 초에 오래전에 일본의 한 작가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졸혼을 제안하였다.  즉 자기 실천을 위하여 결혼생활에서 오는 제약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졸혼은 자기완성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수단으로 졸혼은 다양한 실천 방법의 스펙트럼을 갖는다. 부부 가 따로 또 같이 하는 방법은 정하기 나름이다. 어떠한 경우이던 대전제는 서로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간섭받지 않고 내일을 하고 싶다면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각기 자기의 일을 위하여 때론 떨어져 살거나 각방을 쓰거나 각기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 일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즉 부부라는 공동체가 아니라 독립된 인간으로 자신의 일에 새로운 성취감과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 졸혼은 법적인 사항이 아니다. 단지 서로를 좀 더 느슨한 관계를 만들어 서로 편하게 하는 관계이다. 나를 위한 새로운 출발에 졸혼의 정신을 참조하기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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