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그것은 ‘귀촌’
상태바
느림의 미학, 그것은 ‘귀촌’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6.07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자 갤러리 소풍’ 김숙희 씨
귀촌인 김숙희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핸드페인팅을 하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청산면 만월로1길 12-36에 아담한 농가주택을 개조해 들어온 김숙희(55) 씨의 옆 마당은 채송화가 유달리 많았다. 꽃이 피기 전이었지만 채송화가 만개하면 꽃방석을 깔아 놓은 듯 하다고 했다.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 붉은 넝쿨장미는 고혹적이었다.

말끔하게 정리된 텃밭엔 화초와 채소가 반반씩 자라고 있었다. 유달리 많은 다육이는 각종 도자기 화분마다 앙증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김 씨는 1년 6개월 전 이곳으로 들어왔다. 경기도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경리과장으로 일 해오다 갑작스런 투병생활로 직장을 접어야 했다. 어느 정도 치료를 받은 후 요양을 위해 공기 좋고 산세 아름다운 지역으로 무조건 내려오기로 결심한 것. 두 번째 둘러본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바로 계약하고 리모델링을 한 후 미련 없이 내려오게 됐다고.

숙희 씨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퇴직 후에는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몸이 아프면서 계획이 조금 앞당겨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10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수채화에서 아크릴화를 하다가 2006년부터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핸드페인팅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주로 백자에 핸드페인팅을 하고 있다.

농가주택을 개조하면서 집 한켠에 ‘도자 갤러리 소풍’이라는 작은 작업실을 만들어 놓았다. 몸이 좋아지면서 작업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고. 초벌구이 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이주에 한 번 정도 굽는다고 한다. 작업실엔 그녀가 수작업으로 완성해 놓은 다양한 그림의 도자기들이 가득했다. 다음 달부터는 인터넷(도자갤러리소풍)에 판매할 계획이란다.

책 읽고 그림 그리며 혼자 지내는 것이 익숙하다는 숙희 씨는 작업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인근에 사는 또래 주민들과도 언니 동생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지는데 적극적이었다. 청성블루힐 난타, 청산민속보존회 회원으로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숙희 씨는 “그동안 도시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며 “이곳으로 내려와 좋은 것은 작업을 하고 있으면 개구리 소리가 와글와글 들리고 나비가 날아다니며 새소리로 눈 뜨는 마을에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는 것”이라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 좀 더 예쁘게 꾸며지길 바랬다. 눈을 들어 들판을 보면 너무나 아름답지만, 산책을 하기엔 너무 햇빛이 강하다며 산그늘 아래로 둘레길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또한 “마을에 빈집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채 흉물이 되어 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예쁜 마을 꾸미기 사업을 통해 슬로우타운 같이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