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이어트 유전자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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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유전자와 운동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6.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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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이어트 유전자와 운동

‘나는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에요’ 흔히 듣는 소리이다. 이 말은 일종의  과장화법으로 실제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물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어쨌든 똑같이 먹어도 살이 쉽게 찌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제발 살 좀 쪘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것을 흔히 체질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체질은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원을 저장하거나 분해하고 연소시키는 과정에는 많은 호르몬이나 효소들이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호르몬과 효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쉽게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은 잘 살이 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소비량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는데, 이 기초대사량을 결정하는 것은 갑상선 호르몬 등 여러 호르몬들과 에너지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들의 총합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또 식욕조절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의 차이에 의해서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여전히 허기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유전자가 실제로 작용하는지 여부는 외부의 환경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즉 에너지 대사나 식욕조절과 관련된 특정 호르몬이나 효소를 만들어내는 특정 유전자는 과도한 칼로리섭취, 스트레스, 운동과 같은 환경요인에 의해서 발현되기도 하고 반대로 억제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잠재된 유전자를 깨우는 것은 마치 on/off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즉 부모나 윗대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잠재된 유전자의 스위치가 과도한 칼로리섭취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on’ 상태로 켜지면, 비만과 관련된 특정 효소나 호르몬, 수용체의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나거나 억제된다.최근에 식욕조절과 관련하여 많은 주목을 받는 유전자는 제16번째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는 FTO유전자로서, 이 유전자는 FTO(지방과 비만관련 단백질)라는 효소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영국에서 이루어진 최근 연구는 FTO 유전자 변이를 하나만 갖고 있으면 비만이 될 확률이 30%이며, 두 개 모두 갖고 있으면 비만이 될 확률이 무려 70%라고 보고하였다. 또한 이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양이 5% 정도 많다고 밝히고 있다. 하루에 5% 정도의 칼로리섭취량은 언뜻 적은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추가 칼로리로 인해 몇 년 동안 누적되는 체지방량은 매우 크게 될 것이다. FTO 유전자변이가 식욕조절에 장애를 초래하는 원인은 위에서 분비되는 식욕관련 호르몬인 그렐린이라는 호르
몬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어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서 약 30분의 간격으로 분비되어 뇌의 식욕중추를 자극한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여 위에 적절한 압력이 가해질 때 비로소 분비가 억제되므로 정상적으로는 식후에 혈액 중의 그렐린의 수준도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FTO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식사 후에도 혈액 중 그렐린의 수준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연구팀이 20만 명을 대상으로 체중, 운동습관, 유전자변이 관련성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신체활동이 이 유전자변이로 인한 영향을 약 30% 정도 감소시킨다고 보고하였다. 즉 FTO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운동을 할 때 식후에 보이는 높은 혈중 그렐린 수준이 낮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운동이 단순히 칼로리를 소비하는 작용뿐만 아니라 비만유전자의 스위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결과는 자신이 유전자변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사람의 경우에 스스로 식사량을 더 잘 조절해서 먹게 되며 이로 인해 체중감량의 성공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유전적 한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 신체활동 습관 등을 자각하는 것이 다이어트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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