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가 짖는 마을

2020-02-27     옥천향수신문
안남면 화학리,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개 짖는 소리가 골목으로 달려 나갔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후는 피로하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장례식장은 북적거렸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당신은 떠났고
호스피스 병동은 침대마다 얼굴이 바뀌었다

늙은 개가 짖는 마을에서 저녁을 바라본다

창백한 이름을 부르며
마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오늘은 사라진다

꽃들은 꽃을 피워냈고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었고
대문 모서리부터 녹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