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도 울었고 어머니는 춤을 췄어요"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 한규보 회장 인/터/뷰
“제가 지금 무엇인가 한 가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저의 모습을 통해 특히 장애인들이 힘을 얻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한규보 회장(53,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옥천군수,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 약 5백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모든 사람의 눈이 한 회장을 향했다.
그는 행사장 중앙에서 약 15년 간 사용해 왔던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지팡이 하나를 잡고, 의지하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장내에서 함성 소리가 일었다.
“우와~~~”
기적이다.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행사장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놀랬다. 또 모든 사람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오성을 질렀다.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황규철 군수도 눈물을 훔쳤다. 그 장면을 영상으로 시청한 한 회장의 어머니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아들 건후(중3)도 정말 기뻐했다.
“나 자신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싸인을 주고 싶었어요. 사실 이러한 기적 같은 일은 어머니 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한 회장은 지난 2010년에 지게차에 의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이후 약 8-9년 동안 병원에서 지냈다. 기나긴 터널의 시간이었다. 2019년 12월에 퇴원했다.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화가 많아졌다. 인생의 원망과 불평 그리고 괴로움 등이다. 장애를 입은 자들이 평균 6-7년 동안 그러한 일을 겪는다고 했다. 그도 그랬다. 그는 주로 집에서만 지냈다. 동네 분들이 집에 오면 그는 방에 들어가 숨었다. 종종 휠체어 타고 밖을 나갈 때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에게 “왜 쳐다봐”라며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물건을 집어던지기까지도 했다.
“어느 날 제가 밖에서 화내는 모습을 어머니께서 보셨어요. 또 저도 그렇게 실망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지요. 그때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동안 어머니 마음에 대못을 박고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살지 말자... 나 한 사람이 바뀌면 어머니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회장은 수영 선수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근대 5종(수영, 펜싱, 사격, 육상, 승마) 선수로 전국체전에서 2등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체육대학에 수영선수로 입학했다. 체육 엘리트 선수였다.
“수영 선수였다는 생각에 재활 운동으로 수영을 시작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왼손도 수영하는 데에 많이 불편했어요. 그래도 2년 동안 무조건 열심히 했지요.”
재활훈련 중 유창성 팀장(군청 민원실)도 만날 수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서 이미 수영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충북수영연맹에 장애인 수영선수로 신청을 했다. 두 사람은 옥천을 대표하는 장애인 수영 선수로 전국 체전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장애인들이 집에서 나오도록 하는 게 저의 소명입니다"
“저의 소명은 딱 한 가지입니다. 옥천에 장애인이 4,879명이 있습니다. 그중 약 30%는 집에만 계십니다. 그들을 모두 집에서 나오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재활훈련을 해야 합니다. 수영이 정말 좋습니다. 육신의 건강이 회복되면 동시에 정신도 좋아집니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행복하게 합니다. 무조건 집에서 나오셔야 합니다.”
한 회장은 비장애인들에게도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장애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할 때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장애인들에게는 정말 힘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요청하지 않았는데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의 성급한 행동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반드시 먼저 물어봐주길 부탁했다.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는 지난 2003년에 출범했다. 충북장애인부모연대옥천군지회, 한국교통장애인옥천군지회, 충북농아인협회옥천구지회,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옥천군지회, 충북지체장애인협회옥천군지회 등 5개 기관을 대표하고 있다. 한규보 회장은 금년 1월 회장직을 맡았다. 월급도 판공비도 없다. 봉사직이다. 소명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자리다.
“요즘 장애인 아이들을 10명을 수영선수로 준비시키고 있어요. 한 명은 내년 4월 장애인체전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후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어요. 그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면 기업체에 채용될 수도 있어요. 그것을 목표로 뛰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