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은 제사가 아닌 축제...“옥천을 동학 정신의 성지로 우뚝 세울 것”

옥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김기화 회장 인/터/뷰

2026-03-12     홍용훈 기자


동학농민혁명 132주년을 맞아 옥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김기화 회장을 통해 해월 최시형 교주가 전국적인 혁명의 불길을 다시 지핀 ‘재기포령’의 본고장 옥천의 가치와 현대적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편집자주>
 



 

김기화 회장

 

동학농민혁명 132주년을 맞은 올해, 해월 최시형 선생의 ‘재기포령’이 청산 벌판을 뒤흔들었던 역사적 현장에 새로운 활력이 감돌고 있다. 그 중심에 24년 전 잡초만 무성하던 문바위골 빈터에서 홀로 막걸리 한 잔과 꽹과리 소리로 영령들의 넋을 달래기 시작했던 풍물꾼 김기화(67‧청산 지전리) 회장이 서 있다. 2002년부터 묵묵히 성지를 지켜온 그가 이제는 옥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의 회장으로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옥천 동학 정신을 현대적 축제로 승화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김 회장의 신념은 확고하다. 동학은 단순히 엄숙한 ‘제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치러진 3·1절 행사에서도 근조(謹弔) 화환 대신 축하 화환을 놓자고 제안했을 만큼 ‘기림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는 “희생되신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후손들이 나를 위해 눈물 흘리는 게 좋을지 내 정신을 온 국민이 즐겁게 이어받는 게 좋을지 묻는다면 저는 단연 후자라고 본다”며 “동학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평등과 존엄의 정신인 만큼 이를 기리는 날은 애사가 아니라 경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기포령 축제’라는 이름을 고집하며 30년 넘게 쳐온 꽹과리채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도 풍물의 신명이야말로 억눌린 농민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동학의 에너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이런 생각은 청산이 가진 특별한 역사적 의미에서 기인한다. 전국의 동학 유적지를 돌며 확인했듯 옥천은 1차 기포(고부농민운동) 이후 해월 최시형 교주가 청산 한곡리에서 전국적인 혁명의 불길을 다시 지핀 ‘재기포령’의 본고장이다. 그는 “보은이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모였던 집결지로서 의미가 있다면, 우리 청산은 최시형 교주가 직접 살며 전국 접주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린 실질적인 지휘부였다”며 “교주의 아들 최봉주의 묘소와 훈련 장소도 잘 남아 있는 이곳이야말로 동학 정신의 산실”이라고 자부했다.

김 회장은 이 위대한 역사를 청산의 다른 자원들과 연결 짓는 구상을 하고 있다. 최시형 교주의 외손자인 동요 작곡가 정순철 선생의 ‘어린이 사랑’과 동학의 ‘인간 존엄’을 하나의 정신적 줄기로 잇고 여기에 청산의 대표 먹거리인 생선국수를 더해 일주일간 이어지는 ‘청산 종합 축제’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루 행사를 치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머물며 동학의 정신과 청산의 맛을 동시에 느끼는 관광 벨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현실적인 벽도 만만치 않다. 오는 11월 전국 단위 ‘동학농민혁명 청산총기포령 기념축제’가 열리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특히 한곡리에 대형버스 주차장이 전무한 점은 큰 장애물이다. 

김 회장은 “농지 전용 문제로 주차장 조성이 어렵다면 군에서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정읍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은 국회의장까지 방문할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한데 우리 옥천도 그에 못지않은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옥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청산의 동학 성지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동학 운동에 대한 강의와 이장단 및 새마을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부터 옥천 연극제와 협업한 창작 연극 제작까지 주민 스스로가 동학의 이야기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김 회장은 “임기 동안 옥천을 동학 정신의 성지로 우뚝 세우고 싶다”며 “우리 아이들이 지식보다 ‘사람 귀한 줄 아는’ 동학의 정신을 가장 먼저 배우며 성장하는 건강한 옥천의 미래가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그의 손은 꽹과리를 치듯 허공을 휘저었다. 그 신명 나는 손짓 끝에 132년 전 청산 들녘을 메웠던 동학의 함성이 2026년 옥천의 새로운 활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