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 내어준 짙은 초록빛 위로 ‘올갱이’
임금님 진상품-구황식품, 고단백·저지방에 혈관 정화까지
날이 갈수록 한낮의 햇살이 제법 뜨겁게 목덜미를 달군다.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몸은 금세 지치고 나른해진다. 이럴 때면 옛사람들은 맑은 물살이 흐르는 하천으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냇가에 나가 고기를 잡고 매운탕을 끓여 먹던 ‘천렵’이 그것이다. 금강 상류 옥천에서도 물가에 모여앉아 잡은 것들을 나눠 먹는 풍경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여름 자화상이다. 1급수 맑은 물결 속에서 어스름한 저녁 무렵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있다. 충청도 사람들에게 빠질 수 없는 보양식, ‘올갱이’다.
우리에겐 표준어 ‘다슬기’보다 올갱이라는 이름이 더 정겹다. 이 작은 생물은 과거 민초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구황 식품이자 조선 시대에는 왕에게 진상되던 특산품이기도 했다. 최근 흥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올갱이국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간의 열을 내리고 위통과 소화불량을 다스린다”고 적혀 있으니 옛사람들도 그 쓸모를 일찍 알아본 셈이다.
지금의 영양학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갱이는 100g당 단백질이 14g에 이르면서도 지방은 1g이 채 되지 않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주당(술꾼)들이 해장국으로 찾는 데에도 까닭이 있다. 필수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알코올 분해를 도와 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푹 삶아낼 때 우러나오는 짙은 초록빛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맑은 물속 이끼를 먹고 자란 올갱이 몸속 엽록소가 녹아든 것인데 혈관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칼슘과 철분도 풍부하니 작은 껍질 속에 담긴 것이 참 많다.
다만 좋은 식재료라 해도 주의할 점은 있다. 다슬기는 폐흡충의 중간 숙주가 될 수 있어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5분 넘게 삶아야 안전하다.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환자는 과식을 피해야 하고 성질이 차가운 만큼 위장이 약한 사람은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옛사람들은 이런 약점을 조리법으로 보완했다. 옥천 지역에서는 다슬기 알맹이에 된장을 풀고 끓이는데 이때 성질이 따뜻한 부추와 마늘, 파를 듬뿍 넣어 찬 기운을 다스렸다. 걸쭉한 국물이 다슬기 특유의 흙내를 감싸주니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기는 한 그릇이 되는 것이다.
몸이 무겁고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이 다가온다. 거창한 산해진미 대신 금강 상류의 맑은 기운을 품은 올갱이국 한 그릇은 어떨까. 된장의 구수함 속에서 쫄깃한 알맹이가 씹히고 초록빛 국물이 목을 넘어가면 지친 몸이 한결 가뿐해지는 것을 느낀다.
최근에는 올갱이와 추어탕을 함께 끓여내는 올갱이추어탕도 나와 있으니 두 가지를 한 번에 즐기는 것도 일석이조 아닌가. 오늘 저녁 그 한 그릇을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