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맛에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
금강추어정 황도경 주방장 인/터/뷰
옥천 금강추어정 주방 안쪽, 커다란 가마솥에서 국물이 끓고 있었다.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올라왔다. 미꾸라지와 채소가 오래 어우러진 국물은 진하게 우러나 걸쭉했다. 보리 된장의 구수한 향 뒤로 황칠의 은은한 향이 따라왔다. 주방 한쪽에는 노란 강황밥과 겉절이, 깍두기, 오이지, 양파무침, 오징어젓갈이 한 상으로 차려지고 있었다. 추어탕 맛을 받치고 궁합을 맞춘 반찬들이다. 소문난 맛집의 비결을 알기 위해 찾은 금강추어정 주방의 풍경이다.
황칠은 예부터 귀한 향과 색으로 알려진 나무다. 금강추어정은 이 황칠에 보리된장과 천연 조미료를 더해 추어탕 냄새는 줄이고 국물 깊이는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맛을 만든 사람이 황도경(56) 주방장이다. 그는 옥천점 주방을 책임지지만 조리만 맡는 사람은 아니다. 대전 태평동에서 본점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자신이 개발한 조리법으로 영동점 창업을 도운 인물이다. 지금은 옥천 주방을 맡아 재료와 조리, 반찬까지 한 상의 맛을 직접 챙긴다.
황 주방장이 옥천 금강추어정 주방을 맡은 데는 오랜 인연이 있다. 옥천점 대표와는 지역 선후배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황 주방장이 개발한 추어탕을 맛본 대표가 “이 맛을 옥천에서도 선보이고 싶다”고 제안했고 뜻이 맞았다.
“대전과 영동에서 선보인 추어탕을 옥천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맛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 그릇을 내더라도 손님이 ‘이게 추어탕 맛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야죠”
황 주방장의 비법은 오랜 고민 끝에 나왔다. 보은 출신인 그는 이전에 국밥집과 고깃집을 운영했다. 고깃집 체인도 해봤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오래 이어갈 음식을 고민했고 그때 부모님과 자주 먹으러 다니던 추어탕이 떠올랐다. “앞으로 10년, 20년 이어갈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추어탕에 마음이 갔습니다”
기존 추어탕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황 주방장은 전국의 이름난 추어탕집을 찾아다녔다. 먹어보고 물어보고, 배워 와서 자신의 손맛으로 다시 끓였다. 그는 “전국의 추어탕이 대부분 비슷했다. 냄새가 나거나 산초와 들깻가루로 맛을 맞추는 집이 많았다”며 “못 드시던 분들도 먹을 수 있는 추어탕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재료를 바꾸고 국물을 다시 끓였다.
황 주방장은 추어탕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국물은 더 진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는 “추어탕은 어르신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냄새 때문에 못 드시는 분도 많다”며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재료 이외의 답이 가마솥에서 나왔다. 주방 안쪽 큰 가마솥 2개에는 새벽부터 원재료가 끓는다. 솥 하나에 400인분 가량을 끓인다. 새벽에 끓인 국물은 바로 손님상에 오르지 않는다. 한 번 식히고 숙성해 맛의 깊이를 더한 뒤 다시 데워 낸다. 황 주방장은 “끓이다 보니 결국 가마솥으로 가게 됐다”며 “걸쭉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거기서 나온다”고 밝혔다.
미꾸라지도 넉넉히 넣는다. 보통 4㎏으로 150인분을 만드는 집이 많지만 금강추어정은 8㎏을 쓴다. 그만큼 국물이 진하고 묵직하다. 황 주방장은 “한 그릇에 미꾸라지가 일곱, 여덟 마리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료의 지역성도 맛을 받친다. 금강추어정은 옥천군 청산면 능월리 양식장의 맑은 물에서 자란 국산 미꾸라지를 받아 쓴다. 그는 “여러 미꾸라지를 써봤지만 청산 것이 최고였다”며 “갈아보고 끓여보니 원하는 맛과 크기가 맞았다”고 밝혔다. 강황밥도 옥천쌀과 강황쌀을 섞어 하루 숙성해 짓는다. 추어탕의 진한 국물을 노란 강황밥이 부드럽게 받친다.
반찬도 추어탕에 맞췄다. 겉절이와 깍두기, 오이지, 양파무침, 오징어젓갈, 무말랭이를 직접 준비한다. 간은 세지 않게 잡는다. 반찬을 곁들여도 국물 맛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황 주방장은 “반찬 맛이 너무 튀면 추어탕 맛이 변한다”며 “한 상 전체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일반 추어탕만 있는 게 아니다. 올갱이추어탕과 한우추어탕 등도 있다. 올갱이 추어탕은 황 주방장이 직접 개발했다. 다슬기 향이 걸쭉한 국물과 맞는다고 봤다. 다만 손질이 까다로워 씹을 때 이물감이 남지 않도록 따로 처리한다. 그는 “다슬기 향이 우리 추어탕하고 잘 맞았다”며 “먹을 때 거슬리지 않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황 주방장은 옥천 금강추어정이 손님만 많이 받는 가게보다 옥천 사람들이 편하게 찾고 외지 손님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집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출이 많이 오르면 좋죠. 하지만 저는 오래 가는 가게를 원합니다. 손님이 들어와 맛있게 먹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이 집 괜찮다’고 하는 동네 맛집이 됐으면 합니다.”
황 주방장은 이날도 가마솥 곁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국물은 계속 끓고 있었다. 청산 맑은 물에서 자란 미꾸라지와 비옥한 옥천쌀, 궁합을 맞춘 반찬, 가마솥에 들인 정성과 시간이 한 그릇 안에 담겼다. 그 한 그릇에는 옥천에서 오래 사랑받는 맛집으로 자리 잡고 싶은 주방장의 마음도 함께 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