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수능 중심의 ‘공립학원’ 교육복지로 정면 돌파해야

‘옥천형 삼각 공조’와 전국 공립학원 모델의 융합 전략

2026-07-09     지상범 (사)한국에니어그램 경영협회 부설 JSB진로진학연구소장

 

(사)한국에니어그램 경영협회 부설 JSB진로진학연구소장


지방소멸의 그늘 속에서 옥천군이 진학 신화를 쐈다. 2026학년도 대입에서 옥천고가 3명, 전교생 57명인 최외곽 청산고가 1명 등 총 4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농촌지역에서 거둔 이 성과는 공교육과 지자체 예산 매칭의 결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냉엄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권 주요 대학 합격생은 여전히 많지 않다. 대다수인 중상위권 허리층, 즉 내신 2.8~3.5등급 학생들의 부진은 심각하다. 지역 학부모들의 마지노선인 충남대, 충북대 등 거점 국립대 합격률조차 내신 등급 대비 턱없이 낮다. 최상위권 학생의 실적 홍보를 넘어 평범한 중상위권 허리층을 살리는 구조적 복원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28 대입 개편의 핵심은 ‘내신 5등급제 전환’이다. 1등급 범위가 10%까지 대폭 넓어지면서 농어촌 일반고의 내신 위주 입시 전략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등급 변별력이 낮아지면 대학들은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신설·강화하고 학생부 정성평가의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정시와 수시 최저 충족을 합친 수능의 실질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능 대비 인프라가 취약한 옥천의 허리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수능 역량 강화는 농어촌 교육복지의 생존 필수 과제가 되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은 수능이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며 오랜 시간 누적된 체계적 실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진학 후 수능 대비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늦다. 중학교 시절 다져진 올바른 학업 태도와 역량이 고교 수능 실력과 직결된다. 중등 단계부터 영어와 수학의 사고력을 기르고 국어의 심층 독해 습관을 다지지 않으면 고교 입학 후 수능의 벽을 넘기 어렵다.

수능은 벼락치기로 도달할 수 없는 누적된 실력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단순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다. 국어만 보더라도 개념, 어휘, 추론, 논증, 사실적 이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교육복지의 화력은 고등학생에게만 편중되어서는 안 된다. 중학교 시기부터 국영수 학력 제고를 돕는 학습 코칭과 입시 컨설팅, 1대1 맞춤형 피드백을 투입하는 조기 관리 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전국 선도 지자체들은 이미 자체 공립학원을 가동하며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은 순창군옥천장학회를 통해 기숙형 공립 학습관인 옥천인재숙을 운영하며 중학교 2학년부터 무상 기숙과 국영수 집중 강좌를 제공한다. 하드웨어 확장으로 기금 고갈 우려를 남기기도 했으나 조례 개정을 통해 거주 기간을 완화하고 중등 조기 학력 투자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은 옥천군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경남 산청군의 산청우정학사는 수도권 전문 기관에 위탁해 최저 등급 확보용 수능 특강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강원 횡성군의 횡성인재육성관 역시 민간 위탁을 통해 주말 자체 모의고사와 수학 심화 클래스, ‘9 to 10’ 자기주도 학습관리를 제공하며 주요 대학 진학 성과를 끌어올렸다.

경북 봉화군의 봉화인재양성원 또한 기숙형 윈터스쿨과 기숙사 식비 무상 지원을 교육발전특구 지정과 연계해 대도시급 학습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합천, 밀양, 삼척 등 여러 지자체가 학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지자체가 국영수 중심의 공립학원식 클리닉 강의와 학습 방법 코칭, 정기적인 진학 코칭을 수혈할 때 비로소 학력 복원력이 완성된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옥천군이 대도시 학군으로의 학령인구 유출을 차단하고 정주 인구를 늘리려면 학교, 교사, 지자체가 결속하는 ‘삼각 공조망’을 가동해야 한다.

첫째, 지자체에 인재양성과를 개설하고 국영수 중심의 ‘공립형 옥천 인재양성관’을 설립해야 한다. 중학교 시기부터 국영수 집중 학업 코칭과 대도시급 1대1 진학 컨설팅을 무상으로 제공해 사교육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학업 능력을 탄탄히 끌어올려야 한다. 진로역량 역시 교육특구와 소도시 학생들 사이에 격차가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험한 만큼 꿈도 다양하고 원대하게 가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성적 중심의 장학금 구조를 보편적 복지로 개편해야 한다. 성적 우수자 중심 장학금은 상징성은 있지만 지역 전체의 학력 기반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강원 삼척시 모델처럼 소득 분위가 낮은 가구를 배려하고 중복 수혜를 허용하는 생활비 지원형 장학금으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산고 학생들을 배려한 면 단위 배정 쿼터제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장학금 수여 방식에서 벗어나 장학기금을 인재역량 강화 재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직원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진학 행정 전담 실무사를 고교에 파견해야 한다. 교사가 행정 소모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 평가와 고품질 생활기록부 정성 기재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어야 삼각 공조가 완성된다. 야간 자율학습이 왜 파행으로 가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교사에게 야간 자습 감독까지 맡기는 것이 어렵다면 공공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넷째, 보육과 진학, 취업과 정주가 하나로 묶이는 로컬 선순환 벨트를 완성해야 한다. 청성 어린이행복센터의 무료 돌봄, 안내면 주말 돌봄, 옥천읍 꿈꾸리다함께돌봄센터 등 촘촘한 양육 자원을 교육정책과 연계해야 한다. 아울러 관내 고교 졸업생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할 경우 주거 자금을 파격적으로 매칭하는 ‘옥천 리턴즈’ 유턴 장학제를 결합해야 한다.

수능은 지자체와 학교가 힘을 합쳐 중학교 단계부터 쌓아 올려야 하는 내공이다. 소수 최상위권의 빛나는 성취 뒤에 숨은 다수 중상위권 허리층의 부진을 방치하는 입시 행정으로는 소멸 위기의 농어촌을 지켜낼 수 없다. 지자체 주도의 과감한 공립학원 시스템 구축과 공공 스터디카페, 중학교 단계부터 이어지는 튼튼한 국영수 학업 코칭이야말로 옥천을 흔들리지 않는 명품 교육복지도시로 거듭나게 할 현실적인 돌파구다. 교육이 강한 옥천의 미래는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