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작가 신작 시집 『마른 단풍』 출간
삶의 흔적과 시간을 담아낸 일곱 번째 시집
일곱 번째 시집
애쓸 거 최소한으로 줄이고
날카로운 심중 밋밋하게 닳게 하고
차분히 스러지는 계절 꽃으로
가파른 바위 같은
살기 위한 흔들림 맨정신으로 끌어안고
새벽 2시의 고요처럼
맹물 같은 자족을
정제(淨濟)하는 홀가분함으로
새도 울지 않는 숲속 어둠 좋아하고
신경쇠약에 빠지지 않고
눈 덮인 활엽수 축 처진 잎으로
삭아가는 관절 평온하게 다스리고
말간 잿빛으로 지는 시어(詩語) 닮고
에필로그
자아는 시간을 흐르는 톱니 하나
떨어지는 중력의 힘으로 직진하고
숙주는 눈에 띄는 모습 없는 자급자족
부실한 이끼 욕망 갖지 않고
유행 같은 흐름에 미련 없고
평온의 뼛골로 부조리 끌어안고
죽음으로 가는 오후, 느긋하게 숙고하고
무엇도 누구도 천연한 노을로 지나치고
바람의 태도로 살기 위해 쓴 시
일곱 번째 시집
출판한다
김현희 작가가 신작 시집 『마른 단풍』을 출간했다. 출판사는 이든북이며, 이번 시집은 “메마른 계절을 건너며 나는 아직 바람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문장처럼 삶의 건조한 계절을 지나온 한 인간의 내면과 기억, 성찰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집이다.
『마른 단풍』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산문에 가까운 진술 방식과 직설적인 화법이다. 김 작가는 비유와 상징을 과도하게 겹쳐 독자를 멀리 밀어내기보다 삶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언어를 선택한다. 시적 문장은 때로 일기처럼, 때로 독백처럼 이어지며 독자에게 꾸밈없는 진정성을 전한다.
이번 시집은 인간의 삶을 운명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되 그 흐름에 함몰되지 않고 주어진 조건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삶이 늘 충만하거나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사실, 때로는 메마르고 쓸쓸한 계절을 지나야 한다는 인식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제목 『마른 단풍』도 이러한 시적 분위기를 함축한다. 단풍은 한때 푸르렀던 잎이 계절을 지나 색을 얻고, 다시 말라가는 시간을 품은 존재다. 김 작가의 시선은 바로 그 말라가는 잎의 시간에 머문다. 사라짐과 쇠락을 단순한 끝으로만 보지 않고, 지나온 삶의 흔적과 견딤의 증거로 바라보는 데 이번 시집의 정서가 놓여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김 작가의 견유주의적 시선이다. 물질적 성공이나 사회적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세속적 욕망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본질적인 삶의 가치에 주목하는 태도는 이번 시집에서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이는 냉소에 머무는 시선이 아니라, 삶의 허위와 허상을 걷어낸 뒤 남는 진실을 찾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김현희 작가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담백한 고백에 가깝다. 그만큼 독자는 시 속에서 특정한 사건보다 삶의 결을 만나게 된다. 지나온 시간, 상처, 체념, 그러나 끝내 놓지 않는 기억과 감정이 낮은 목소리로 이어진다. 『마른 단풍』은 큰 목소리로 선언하기보다 조용히 오래 남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시집이다.
이번 출간은 김 작가가 그동안 이어온 시적 세계를 한층 원숙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삶의 계절을 지나온 독자라면 『마른 단풍』 속 문장들에서 자신의 시간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메마른 계절을 지나면서도 아직 바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집은 조용한 위로와 사유의 시간을 건넨다.
김현희 이력(2026)
충남대 국문과 석사 졸업
대입 국어 논술 교육 30년
2016 <서정문학>시 부문 신인상
2022시집 <소식주의> 서정문학 대상
<한국대표서정시선> 공저자
명리학 칼럼니스트
저서.
<명리학그램1-작은 인문학> (2019)
<명리학그램2-사주 통변론> (2020)
<명리학그램3-사주 통변술> (2022)
<명리학그램4-12운성론> (2022)
<명리학그램5-60간지론> (2023)
<명리학그램6-사주 실전론> (2023)
<명리학그램7-남녀사주론> (2024)
<명리학그램8-사주학 총론> (2025)
<명리학그램9-십성의 역학> (2026)
시집.
<껍질의시>(2020), <고수(高手)>(2021)
<견유주의>(2021), <소식주의>(2022)
<흐르는 섬>(2023), <엄마의 손톱>(2025)
<마른 단풍>(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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