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훈 옥천문화원장 인/터/뷰] “문학을 문화로, 옥천을 문학의 메카로”
매월 외지인 초청 지용문학기행·K-문학엑스포 구상 밝혀
김대훈 옥천문화원장의 말은 ‘지용제’에서 출발해 ‘문학기행’으로, 다시 ‘K-문학엑스포’ 구상으로 빠르게 뻗어갔다. 올해 지용제를 마친 소회를 묻자 김 원장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행사 규모가 커졌거나 방문객이 늘었다는 뜻만은 아니다. 정지용 시인을 문학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옥천의 생활문화와 관광, 지역경제로 넓혀갈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이전까지 지용제가 문학축제로서 역할을 해왔다면 올해는 문학을 문화로 바꾸는 첫발을 뗀 해”라고 말했다. 그가 지용제에서 바라보는 것은 축제 그 자체를 넘어선다.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옥천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키우고 그 브랜드가 다시 지역경제와 관광, 군민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지용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계체육시설 인근 주무대를 넘어 교동 호수까지 축제장을 넓히고 체험 부스와 초가 부스를 두어 가족과 아이들이 머물며 즐길 자리를 늘렸다. 문학을 어려운 감상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종이배에 소원을 적어 띄우는 프로그램처럼 정지용의 정서를 생활 속 체험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김 원장은 “문학을 잘 섞어 관광객에게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지용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그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날씨와 개최 시기다. 김 원장은 지용제를 마친 뒤 곧바로 평가와 반성을 스스로 정리했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지용제 개최 시기 조정이다. 그는 “4월 말이나 5월 첫째 주로 옮기는 문제를 문화원 이사들과 깊이 논의하려 한다”며 “평가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축제가 한 단계 더 크려면 내용뿐 아니라 시기와 운영 방식도 함께 다듬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문학축제에서 생활문화축제로
김 원장은 지용제가 며칠 치르고 끝나는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정지용의 문학은 옥천이 가진 고유한 자산이고 그 자산은 계절마다, 매달, 일상 속에서 다시 불려 나올 때 힘이 커진다. 그는 “정지용을 통해 옥천이 관광산업의 발전형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문화가 발전하면 관광산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전환’은 문학을 버리고 관광으로 가자는 뜻이 아니다. 정지용 문학을 바탕으로 주민의 생활문화, 아이들의 체험, 가족 단위 관광, 지역 상권의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잇자는 것이다. 문학축제의 품격은 지키되 축제장 안에서만 소비되는 문학이 아니라 옥천 전체를 움직이는 문화 콘텐츠로 키우자는 구상이다.
김 원장은 “정지용 선생을 문화 브랜드로 키우는 일은 옥천문화원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군과 지역사회가 함께 도와야 하지만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움직이는 일은 문화원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용제를 “옥천 지역의 삶과 생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축제”로 보고 있다.
매달 옥천으로 부르는 지용문학기행
김 원장이 내년부터 벌이려는 대표 사업은 ‘지용문학기행’이다. 문화원이 매월 한 차례 외지 학생과 가족을 초청해 1박 2일 동안 옥천의 문학과 문화, 관광지를 함께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정지용의 이름으로 옥천 전체를 걷고 보고 느끼게 하는 문학관광이다.
구상은 구체적이다. 한 달에 40명가량을 모집해 장령산휴양림 등을 숙박 거점으로 삼고 장계리와 이지당, 청산, 구읍 일대를 둘러보게 한다. 해설을 곁들이고 책자를 주고 저녁에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잔디밭이나 야외에서 기타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소박한 시간이다. 김 원장은 “손님을 모셔놓고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옥천을 찾은 이들에게 배려하는 음악과 문학의 시간을 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참가비를 받더라도 문화원이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옥천을 알리고 지역에 사람이 오게 만드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돈을 버는 것보다 옥천을 알리는 게 더 큰돈을 버는 일”이라며 “이런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옥천이 문학의 중심지라는 인식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지용문학기행은 청소년과 가족이 문화원 활동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은 책 속의 정지용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의 배경이 된 옥천의 자연과 마을을 직접 걷는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옥천에서 먹고 자고 걷고 돌아가 주변에 옥천을 이야기한다. 김 원장은 “한 달에 40명이 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그 경험을 통해 수천 명, 수만 명이 옥천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과 문학이 옥천의 경쟁력
김 원장은 옥천의 미래를 농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농업이 지역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앞으로는 자연과 문학, 역사문화 자원을 함께 살린 문화관광으로 폭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청호 주변의 자연환경과 정지용 시인, 육영수 여사, 정순철 선생, 중봉 조헌 선생 같은 역사문화 자원을 엮어 옥천만의 힐링 관광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에게 “향수”는 시 제목에 그치지 않는다. 옥천을 설명하는 정서이고 외지인이 옥천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언어다. 다만 그 정서가 과거의 추억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지용의 시와 옥천의 자연, 구읍의 풍경, 대청호의 물길, 마을의 이야기까지 하나의 문화관광 흐름으로 엮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옥천이 가진 자원을 스스로 낮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청호 규제가 개발을 막은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과 힐링의 기반을 남겨줬다는 해석이다. 그는 “빌딩이 높이 들어서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다”며 “자손에게 물려줄 자연과 문화가 남아 있다는 것이 옥천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문화원이 할 일과도 맞닿는다. 문화원은 옥천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오늘의 콘텐츠로 바꿔야 한다. 문화자원을 기록하고 해설하고 관광과 교육으로 잇는 일이다. 김 원장은 “옥천의 문화자원이 경제적·사회적 효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문화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K-문학엑스포, 씨앗부터 뿌린다
김 원장의 더 큰 구상은 K-문학엑스포다. 아직 확정된 사업은 아니다. 그는 내년 지용제 40주년을 계기로 추진 논의를 본격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간에 치를 행사로 보지는 않았다. 1~2년 안에 성과를 낼 일이 아니라 적어도 6~7년 이상 준비해야 하는 장기 과제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엑스포를 위해 세 가지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지원, 대외적 네트워크, 실무적 준비다. 국회의원과 도·군의 협력, 학계와 문학계의 참여, 지역 여론과 실무 조직이 함께 갖춰져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치적인 움직임, 학계와 문학계의 대외적 움직임, 지역 여론을 만드는 실무적 움직임이 함께 가야 한다”며 “지금부터 준비해도 긴 시간이 걸릴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원의 몫도 분명히 했다. 엑스포가 실제로 추진되면 행정은 TF팀을 꾸려 제도와 예산, 절차를 지원하고 문화원은 문학인과 전문가, 지역 문화 주체를 잇는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군은 행정적 지원을 하고 문화원은 교수, 문학인, 예술인, 지역민을 만나 추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네트워크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해외 지용제와 교류 기반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관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정지용의 발걸음이 남은 곳이고 중국 연변은 윤동주와 한국문학의 흔적이 이어지는 곳이며 베트남은 한국문화를 향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김 원장은 “세계 문학인이 옥천에서 정지용과 문학을 이야기해야 한다”며“그때 옥천은 문학의 중심지로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스포는 개인의 목표가 아니라 옥천의 장기 비전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이라면 그것은 좋은 사업이 아니다”며 “내가 없어도 누구나 이어받을 수 있게 길을 닦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씨앗을 뿌리고 틀을 만들고 지역사회가 함께 이어가게 하는 것이 문화원의 몫이라는 뜻이다.
문화원은 군민 삶을 잇는 플랫폼
김 원장은 문화원이 행정의 하위 기관이 아니라 군민의 문화적 삶을 높이는 독립적인 문화기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은 예산과 제도, 절차를 지원하고 문화원은 주민과 문화예술인, 외부 전문가를 이어 실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문화원장은 옥천 군민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자리”라며 “문화원은 군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문화기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교육 프로그램의 역할 정리도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 옥천에는 문화원뿐 아니라 도서관, 여성회관, 주민자치회, 평생학습원 등 여러 기관이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원장은 문화 활동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관별 특색 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이 되풀이되면 예산과 인력이 흩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서관은 독서와 책, 여성회관은 생활기술과 여성 교육, 주민자치회는 주민 생활문화, 문화원은 예술문화와 전통문화, 전문 문화교육 쪽으로 특색을 살려야 한다고 봤다. 문화 활동은 많을수록 좋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강사비와 운영 기준도 기관마다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혼선이 생길 수 있어 군 차원의 조정과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원이 앞으로 맡을 역할도 여기에 있다. 자체 강좌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옥천의 문화교육과 문화행사, 문화자원을 어떻게 이을지 고민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문화원은 권력기관이 아니다”며 “주민의 삶이 문화적으로 충족되도록 돕는 것이 문화원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문화는 ‘장식’이 아니다. 지역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주민 삶의 질이며 미래 경제의 한 축이다. 그래서 지용제도 축제에 그치지 않고 옥천이 앞으로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묻는 자리다. 김 원장은 지용제를 통해 옥천이 문학의 중심지, 문화관광의 도시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임기 안에 모든 것을 이루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 호흡을 말했다. 지용제를 문학축제에서 생활문화축제로 다시 옥천의 미래 관광산업으로 키우는 일은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라 옥천 전체의 과제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내가 행복하고 남이 즐거워하는 것이 내 삶의 이유”라며 옥천문화원장의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자신이 즐겁게 뛰고 그 일로 군민이 자부심을 느끼며 외지인이 옥천을 다시 찾는다면 그것이 문화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지용제 이야기를 하던 그의 말은 어느새 옥천의 10년 뒤를 향해 있었다. 그는 “옥천이 문학의 메카로 기억되도록 씨앗을 뿌리겠다”며 “지용제를 옥천의 미래로 키우는 일에 군민들이 함께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