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범산 충북도립대 총장 인/터/뷰] 충북도립대, 지역산업 연계 특성화로 새 길 연다

묘목스마트팜·정지용문화콘텐츠 중심 재편…“대도시 대학과 차별화”

2026-07-30     홍용훈 기자

 

천범산 충북도립대 총장


천범산 충북도립대학교 총장은 ‘학과 신설 이야기’가 아니라 ‘대학의 생존 문제’부터 말문을 열었다. 

학령인구가 줄고 대도시 대학과의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가 꺼낸 해법은 옥천이 가진 두 자산을 대학의 특성화로 잇는 일이었다. 산업의 축에는 ‘이원 묘목’을 기반으로 한 묘목·스마트팜학과가, 문화의 축에는 ‘정지용 시인’의 이름을 앞세운 정지용문화콘텐츠학과가 탄생했다.

천 총장은 “충북도립대가 무엇을 가르치는 대학인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교수 26명과 일대일 면담을 하고 직원, 지역 주민들과도 만나며 도립대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롭게 설계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충북 전체를 붙잡기보다 옥천·보은·영동 등 남부권의 산업과 생활 기반에서 답을 찾자는 쪽으로 모였다.

“대전, 청주, 서울에 있는 대학에도 다 있는 학과로는 충북도립대가 이기기 어렵습니다. 읍 단위에 있는 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충원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립대만이 할 수 있는 특성화가 필요합니다”


산업의 축, 묘목·스마트팜

천 총장이 먼저 주목한 것은 옥천의 묘목이다. 이원은 전국에 알려진 묘목 유통지지만 현장을 살펴본 그의 눈에는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보였다. 유통 기반은 크지만 재배와 관리, 연구개발, 인력 양성은 아직 관행과 경험에 기대는 부분이 많았다. 그는 “이원에만 농장이 몰려 있고 다른 면 지역으로는 충분히 넓어지지 못했다”며 “옥천 전체가 묘목 산업으로 함께 살아갈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날은 밝게 봤다. 과수 묘목은 꾸준한 갱신이 필요하고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이뤄진 우리나라는 조림과 산림 갱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묘목은 농업과 산림, 환경, 정원문화까지 이어지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천 총장은 “묘목 산업은 앞으로 더 커질 산업”이라며 “대학이 교육과 연구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에서 나온 것이 묘목·스마트팜학과다. 핵심은 융합이다. 기계·전기전자·반도체학과는 스마트팜 설비와 센서 기술로, AI드론융합학과는 농장·데이터 관리로, 바이오의약과는 종묘 배양과 무병묘 연구로 각각 잇는다는 구상이다. 천 총장은 “묘목·스마트팜학과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전공이 받치는 융합형 특성화 전략”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충북도립대만의 학과”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화가 앞으로 대학 구조가 바뀌더라도 옥천 캠퍼스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는 기반이 된다는 생각이다.

실행 방안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옥천군에는 이원 대성초 분교 운동장 약 1천 평에 15억 원 규모의 실습장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성되면 학생 실습과 함께 일반 농민 대상 2~3개월 과정 교육도 가능하다.

실습장 생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교육에 재투자하는 학교기업, ‘묘목접목사’·‘묘목관리사’ 민간자격 등록, 무병묘 연구자의 교수 채용도 추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옥천이 묘목의 고장인데 관련 자격 체계를 다른 지역에 빼앗기면 안 된다”며 “학생들이 졸업할 때 관련 자격까지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묘목 산업이 크려면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묘목 지원 체계가 농업과 산림으로 나뉘어 현장이 불편을 겪는다며 “군 차원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효율적인 지원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의 축, 정지용문화콘텐츠

묘목이 옥천의 산업 자산이라면 정지용은 문화 자산이다. 천 총장은 옥천이 정지용이라는 뛰어난 브랜드를 갖고도 그 활용이 지용제 한 번에 머문다고 봤다. 그는 “1년에 한 번 지용제에서 쓰고 지나가는 구조는 아쉽다”며 “이 브랜드를 지역 산업과 연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중심으로 운영돼 온 도립대가 처음으로 인문학과 지역 브랜드를 정면에 세우는 시도이기도 하다.

정지용문화콘텐츠학과는 성인학습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2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자서전 쓰기, 음악, 미술, 인문학 강좌를 담고, 독서지도사, 숲해설사, 로컬크리에이터 등 자격과 연계하는 과정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취미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문학과 예술, 지역 콘텐츠를 익히고 자격과도 연결되도록 구성하려 한다”며 “도립대 전체 학생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강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의 인문학 기반을 넓히려는 뜻도 담겼다. 문학과 서예, 미술 등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한 지역의 저력을 대학 교육으로 받아들이면 학과가 지역 문화의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지용 브랜드를 지역산업과 잇는 아이디어도 여럿 내놓았다. 묘목축제와 연계한 ‘정지용 나무’, 지역 맛집 메뉴에 정지용 이름을 붙이는 인증제, 정지용 관광코스 등이다. 다만 아직 구상 단계로 지역사회와 충분히 논의해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아무 데나 쓰자는 뜻은 아니다”며 “지역이 합의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이라면 옥천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묶여야 대학도 산다

천 총장이 강조하는 것은 대학과 지역의 상호 의존이다. 대학은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연구하고 키우는 기관이 돼야 하고 지역도 대학을 인력과 연구,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묘목스마트팜은 지역산업을 대학 특성화로 가져오는 일이고 정지용문화콘텐츠는 지역 문화자산을 교육과 산업으로 넓히는 일”이라며 “도립대가 지역과 떨어져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상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교육과정 개발, 교수 충원, 실습장 확보, 군과 도의 협의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그는 “도립대가 살 길은 지역이 가진 것을 제대로 교육하고 연구하고,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묘목과 정지용. 한쪽은 산업이고 한쪽은 문화지만 둘 다 옥천에만 있는 이름이다. 학과 개편의 이름을 빌렸지만 그가 말한 것은 결국 대학과 지역이 함께 버티고 성장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