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 [달맞이꽃]
꽃 이야기(333)
달맞이꽃은 옛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별을 사랑하는 요정 중에 유독 달을 사랑하는 님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님프는 별이 뜨면 달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무심코 이런 말을 했다. ‘별이 모두 없어졌으면, 매일 달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다른 님프들이 제우스에게 이 사실을 고했다. 화가 난 제우스는 달이 비치지 않는 곳으로 님프를 쫓아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달의 신은 자기를 좋아했던 님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곳곳에서 제우스가 방해하는 통에 둘은 끝내 만날 수가 없었다. 결국 달을 사랑했던 님프는 지친 나머지 병들어 죽게 됐고 님프가 죽은 후에야 찾아 올 수 있었던 달의 신은 눈물을 흘리며 땅에 묻어주었다. 이를 본 제우스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영혼을 달맞이꽃으로 환생시켜 주었다. 지금도 달을 따라 밤에만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원산지인 남미 칠레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태양신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어느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멋있고 용맹스러운 추장의 아들을 사랑했다. 해마다 결혼 축제가 열리는데 총각 중에 전쟁에서 공을 세운 남자는 마음에 드는 처녀를 고를 수 있고 청혼받은 처녀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축제가 있던 날 그녀는 추장 작은아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그녀와 1년 동안 사귀었음에도 다른 처녀를 선택하고 말았다. 화가 난 그녀는 다른 남자의 청혼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하지만 곧 병사들에게 붙잡혀 규율에 따라 낮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밤이면 온갖 짐승들과 귀신이 들끓는 골짜기로 추방되었다. 그녀는 달님을 추장의 아들이라 생각해 밤마다 달을 사모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후 달빛이 고고히 빛나던 날 밤 추장의 아들은 유령의 계곡을 찾았으나 그녀 대신 달맞이꽃 한 송이만 피어 있었다. 그녀가 사랑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죽었듯이 달맞이꽃도 2년 살고 죽는다고 한다.
또, 옛날 어느 마을에 달을 동경하는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어느 양반집 아들과 혼인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느 밝은 달밤에 지나가는 이름 모를 청년을 보고는 그냥 흠모하게 되었다. 혼인 날짜가 다가오자, 그녀가 혼인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마을에서 벌을 내리기로 하고 그녀를 산속 험한 골짜기에 가두어 놓았다. 처녀는 달을 바라보며 이름도 모르는 청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난 후 소식을 전해 들은 청년이 찾아갔지만 처녀는 보이지 않고 달이 뜨면 그 자리에 달맞이꽃이 활짝 피어났다.
이 같은 고대 전설과 원산지 설화에서 달맞이꽃은 두해살이 야생화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은 꽃이 밤에 달을 맞이하며 피는 습성에서 붙여진 것이다. 영어 이름 ‘Evening primrose’도 ‘저녁에 피는 앵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달맞이꽃은 꽃이 피는 시간과 색깔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인간의 사랑과 그리움으로 넓혀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에 시드는 꽃으로 저녁달이 뜰 때쯤 핀다 해서 달맞이꽃이라 부르며 월견초(月見草) 또는 야래향(夜來香)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일제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하여 ‘해방초’라고도 부르며 밤에 피는 야화(夜花)라 하여 행실이 좋지 못한 여인에 빗대기도 한다. 으스름한 저녁이 되면 냇가 혹은 둑길에 외로이 피어나는 달맞이는 달빛처럼 때로는 노랗기도 하고 때로는 창백하기도 한 꽃이다.
그 많은 ‘낮’을 두고 그것은 어째서 밤에만 피는 것일까,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꽃에 애틋한 로맨스와 아름다운 꽃 이름을 달아 주었다. 그것은 달을 사랑하는 님프(요정)의 넋이라고 했다. 우리의 토속어로는 이 꽃을 ‘도둑놈 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요즈음 들어 달맞이꽃이라고 하나 그것은 월견초를 우리말로 옮긴 데에 불과하다.
생활에 여유가 없었던 백성들은 밤에 피는 달맞이꽃의 자태에서 달을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쓰라린 현실의 일면을 보았을 것이다. 다른 꽃들은 모두 어둠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데 홀로 깨어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아무래도 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도둑놈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낮 동안 노동에 시달리다 밤 휴식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모티브가 되는 꽃이었으면 좋겠다.
달맞이꽃은 굵고 곧은 뿌리에서 1개 또는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곧게 서며 키 높이가 1m 정도에 이르고 줄기는 곧게 서서 거의 가지를 치지 않는다. 온몸에 짧은 털이 나 있고 잎은 좁은 간격으로 서로 어긋나게 자리한다.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이 직접 줄기에 닿으며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고 짙은 녹색으로 중륵(中肋)이 희다.
꽃은 줄기 끝의 잎겨드랑이마다 한 송이씩 활짝 피어나며 오래 간다. 4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으며 지름은 6㎝ 안팎이며 빛깔은 노랗다. 꽃말은 밤에 홀로 피어 달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에서 ‘밤의 요정, 말 없는 사랑, 기다림’의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