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억 쓰인 농어촌기본소득, 옥천 상권에 무엇을…

사용률 93%…음식·소매 등 생활밀착형 업종 증가

2026-08-19     이성열 기자


본지는 지난주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이후 옥천군의 인구 변화를 전입·전출과 자연증감으로 분석해 외부 인구 순유입이 실제 인구 증가를 이끌고 있음을 보도했다. 이번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정보와 옥천군의 농어촌기본소득 사용 자료를 토대로 기본소득 시행 이후 지역에서 풀린 돈이 어디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옥천 상권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농어촌기본소득 시행 첫해 옥천에서 400억 원에 가까운 기본소득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음식점과 소매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과 면 지역 업소 수도 증가했다.

기본소득이 지역 안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다만 이를 곧바로 상권 성장의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옥천 상권의 반등이 기본소득 시행 이전인 지난해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본소득 소비가 기존 점포의 매출 증가와 신규 창업, 고용, 점포 생존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7회차 지원금 지급 전까지 군민에게 지급된 농어촌기본소득은 모두 424억 4,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397억 8,100만 원이 사용돼 사용률은 93%를 기록했다.

거주지별로 옥천읍 주민에게 지급된 253억 6,100만 원 가운데 246억 3,600만 원이 사용돼 97%의 사용률을 보였다. 8개 면 지역에서는 지급액 170억 7,900만 원 가운데 151억 4,500만 원이 사용돼 사용률이 88%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가 이뤄진 가맹점 소재지를 보면 옥천읍이 264억 9,700만 원으로 전체 사용액의 66.6%를 차지했다. 이어 이원면 37억 2,700만 원, 청산면 27억 7,400만 원 순이었다.

사용처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맞닿은 업종에 집중됐다. 식당과 카페 등 식품 제공업에서 149억 2,600만 원이 사용돼 가장 많았고 마트·꽃집·서점·문구점·의류점 등 소매업이 52억 4,600만 원, 주유소가 33억 2,0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약국과 병원, 학원, 안경원, 영화관 등 읍·면 주민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업종에서도 사용액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 같은 소비 흐름과 함께 올해 초 옥천 상권에서는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업소 증가세가 이어졌다.

본지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옥천군에서 영업 중인 업소는 2,854개로 지난해 2,813개보다 41개 늘었다. 업종별로 음식업은 959개에서 993개로 34개 증가했고 소매업은 904개에서 915개로 11개, 수리·개인서비스업은 292개에서 299개로 7개 늘었다. 세 업종에서는 모두 52개가 늘었지만 다른 업종의 감소가 겹치면서 전체 업소 순증은 41개로 나타났다.

기본소득 실제 사용액 역시 식당·카페와 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비 증가가 해당 업종의 매출과 영업 지속으로 연결되는지가 주목된다.

상권 증가가 옥천읍에만 나타난 것도 아니다. 옥천읍은 지난해 1,871개에서 올해 3월 1,893개로 22개 증가했고 8개 면은 942개에서 961개로 19개 늘었다. 전체 상권의 약 3분의 2가 여전히 옥천읍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업소 증가는 면 지역에서도 함께 나타났다.

다만 올해 나타난 업소 증가를 농어촌기본소득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옥천군 업소 수는 2024년 2,436개에서 기본소득 시행 전인 2025년 이미 2,813개로 377개 증가했다. 최근 상권의 가장 큰 반등이 기본소득 지급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의미다. 올해 3월까지 나타난 업소 증가만으로 기본소득 효과를 판단하기보다 이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지는지, 실제 매출과 영업 지속으로 연결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상가정보 역시 특정 시점에 영업 중인 업소의 수와 분포를 보여주는 자료여서 개별 점포의 매출 증가나 이용객 변화, 폐업과 생존 여부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기본소득 소비가 상권 전체에 얼마나 고르게 퍼지고 있는지도 다음 확인 대상이다. 현재 옥천 지역화폐 가맹점 2,707곳 가운데 지난 6개월간 기본소득 매출 누계가 1억 원 이상인 가맹점은 73곳이며 이 가운데 32곳은 면 지역에 위치한다. 어느 지역과 업종에 소비가 집중됐는지 소규모 가맹점까지 소비가 얼마나 확산됐는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지난주 본지가 농어촌기본소득의 인구 효과를 살펴보며 단순한 ‘전입자 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정착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처럼 지역경제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얼마나 썼느냐’에서 ‘지역 상권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사용률 93%는 기본소득이 지역 안에서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성적표다. 앞으로는 기존 점포의 전체 매출이 실제 증가했는지 신규 창업과 고용이 늘었는지 면 지역에 새로운 소비처가 만들어지는지 늘어난 점포가 일정 기간 뒤에도 영업을 이어가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398억 원을 썼다’는 것을 넘어 그 소비가 지역에 어떤 상권과 일자리를 남겼는지가 농어촌기본소득의 다음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