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반에 울려 퍼진 황금빛 노랫소리...옥천 장계관광지, 유리왕이 예찬한 ‘꾀꼬리’ 날아들다
70,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50~60대 이상, 학교에서 한문을 교과 과정으로 배우던 세대는 이 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웁구나.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노래했던 고대 시가 ‘황조가(黃鳥歌)’의 소재가 된 황금빛 새가 대청호반에 나타났다.
지난 5월 9일 옥천 장계관광지 내 울창하게 우거진 활엽수림 사이에서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황금빛 깃털을 뽐내는 꾀꼬리(Black-naped Oriole)가 포착됐다.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번식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한반도에 갓 도착한 참이다. 그날 이후 동이면 남곡리(살골), 안남면 종미리(미산), 도덕리(덕실마을), 그리고 옥천읍 수북리(동정재) 향수호수길 입구 등 옥천 어디서나 꾀꼬리를 볼 수 있었다.
이날 관찰된 꾀꼬리는 검은색 눈썹선이 뒷머리까지 굵고 뚜렷하게 이어져 있으며 부리가 붉은빛을 띠는 건강한 성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2천년 전 유리왕이 부러워했던 ‘서로 정다운 암수의 모습’처럼, 우거진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긴 채 특유의 청아하고 우렁찬 노랫소리로 숲 전체를 가득 채웠다. 5월 초순은 이들이 본격적인 짝짓기와 둥지 틀기를 시작하는 시기로 일 년 중 울음소리가 가장 활발하고 아름다운 때다.
5월 초 장계관광지에서 꾀꼬리가 활발히 관찰되는 이유로는 대청호반의 '천혜의 생태적 조건'을 꼽을 수 있다.
우거진 활엽수림 : 장계관광지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키 큰 느티나무와 버드나무는 겁이 많고 높은 곳을 좋아하는 꾀꼬리에게 완벽한 은신처와 둥지 자리를 제공한다.
풍부한 먹이 자원 : 대청호 수변의 풍부한 습지 환경 덕분에 애벌레, 매미, 나비 등 번식기에 필수적인 곤충과 다양한 나무 열매가 가득해 먹이 활동에 최적이다.
옥천 장계관광지 일대는 과거 수십 년간 엄격한 환경 규제에 묶여 시설 재투자가 어려웠던 아픔이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수변구역 해제와 함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 ‘생태 군립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숲에 울려 퍼지는 청아한 꾀꼬리의 노랫소리와 함께, 이곳이 단순히 잠시 스쳐 가는 유원지를 넘어 모든 야생 생물이 안심하고 대를 이어갈 수 있는 고귀하고 소중한 ‘생명의 보금자리’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