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이름

2026-09-21     김현희 명리학자 / <명리학그램>, 시집 <마른 단풍> 작가

사주는 태어난 생일로 바꿀 수 없는데 이름은 바꿀 수 있다. 사주를 보완하는 의미로 이름을 짓는 게 좋다. 이름 짓는 이론이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 사주만큼 객관적이지 않다. 그래도 사주에 없는 음양오행으로 이름을 짓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긍정 자아는 삶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내기에 이름을 사주에 맞춰 지으면 심리적 안정감에 좋다. 이름을 지을 때는 대운의 흐름을 본다. 

대운이 봄이나 가을로 흐르면 이름에 ‘물 수(水)’나 ‘불 화(火)’를 넣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대운이 겨울로 흐르면 이름에 ‘불 화(火)’ 자(字)를 넣는다. 대운이 여름으로 흐르면 이름에 ‘물 수(水)’ 자(字)를 넣는다. 사주는 음양오행이 중화된 모습을 좋게 보고 중화된 사주가 인생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이름 짓는 이론에 객관적 근거는 없다. 이름 바꿔서 잘됐다 하는 말도 주관적이고 개인의 임의적 생각이다. 한국, 중국, 일본은 한자 문화권이다. 이름을 순 한글로 짓는 사람이 있지만 보통 50% 이상이 한문 이름을 쓰고 있다. 한문은 중국 글자인데 같은 한문 글자를 놓고 한중일(韓中日)이 한문 획수나 한문 음가(音價)가 다르다. 세 나라가 한문 획수와 음가가 다른데 이름 짓기에서 한문 획수를 좋다 나쁘다 하면서 규정한 일본식 숫자 개념까지 이름 짓는 원리로 사용한다. 필자 본인은 획수가 좋고 나쁨을 딱 맞는 이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민속학적 통념이기에 좋은 획수로 만들어 이름을 짓는다. 

필자 본인은 순 한글로 이름을 지을 때는 오행만 사주와 맞춰 주고 한문 획수는 필요 없기에 이름 짓기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한문 이름을 지을 때는 한문 의미도 좋아야 하고 오행도 맞춰야 하고 간단하게 쓰기 쉽고(요즘은 학교에서 한문을 배우지 않기에 자기 이름을 한문으로 쓰는 학생이 별로 없다) 획수까지 맞춰야 한다. 게다가 조부모, 외조부모, 부모, 이모, 고모, 삼촌, 외삼촌의 이름에 쓰인 글자를 아기 이름으로 쓰면 안 된다. 아기가 자기보다 윗세대의 이름을 쓰면 그 윗세대의 복을 앗아간다는 이름 짓기 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엄마 이름 한 글자, 아빠 이름 한 글자를 따서 아기 이름을 짓는데 이름 짓기에서 아기 이름을 그렇게 지으면 부모 복을 아기가 빼앗는다는 이론이 있다. 아기가 부모의 운을 가져다 쓴다는 속설이 있기에 부모 이름과 같은 글자를 쓰지 않는 게 좋다. 이론이 전부가 아니지만 통념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름 이론을 굳이 가져다 쓸 필요는 없다. 부모 이름을 따지 말고 예쁘고 의미 좋은 이름으로 다르게 짓는 게 훨씬 낫다. 

사주보는 값보다 이름 짓는 값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건 시간을 들여 사주를 보완하는 글자를 찾고 획수를 맞추고 의미를 좋게 하고 부르기 쉽게 하려는 지적(知的)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사주는 1분도 안 돼 분석하고 해석하지만 이름은 서너 시간 머리를 써야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이름 짓는 값이 사주 보는 값보다 비싸다. 필자에게 사주 보는 값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인(一人) 일만 원이다.  

필자는 부모가 지은 이름에 한문 글자를 맞추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사주에 맞게 지어도 마음에 드네 안 드네 하기에 부모가 지은 이름에 한문 글자만 맞춰 준다. 한문 글자를 사주에 맞춰 찾는 일도 두세 시간 걸린다. 살면서 이름을 바꾼다 해서 삶이 더 나아지는 건 아니다. 사주에 복(福)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개명을 비싸게 돈을 주고 해서 개명 이후 잘 되면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런데, 개명해도 거기서 거기다. 웬만하면 개명하지 말고 한문 글자만 사주에 맞춰 바꾸는 게 좋다.     

요즘 AI가 사주도 봐주고 이름도 공짜로 지어준다. AI가 지어주는 이름도 괜찮다. AI는 사주 이론에 근거해서 이름을 짓는다. AI가 지은 이름이 부모 이름과 한문 글자가 똑같지 않으면 사용해도 된다. 굳이 돈을 들여 개명할 필요는 없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의미 면에서 더 좋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