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학생의 대입, 정보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
학령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농촌 및 인구 소멸 지역 학생들이 겪는 대입 준비의 구조적 불평등은 단순한 개인의 학업 역량 문제를 넘어 교육 기회의 격차라는 사회적 과제로 직면해 있다. 농촌 지역 학생들의 대입 환경 실태를 다각도로 진단하고, 앞서 제기된 어려움에 대한 현행 대입 지원책과 학생 맞춤형 대응 전략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농촌 및 인구 소멸 지역 학생들이 입시 준비에서 어려움을 겪는 구조적 원인
고교학점제 및 선택형 교육과정 개설의 물리적 한계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의 진로에 맞춘 다양한 선택 과목(심화 수학, 고급 과학, 제2외국어 등)의 이수이다. 그러나 인구 소멸 지역의 소규모 고교는 교원 수 부족과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해 개설할 수 있는 과목 수가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학생이 희망하더라도 전공 연계 심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에서 ‘과목 이수 충실도’에서 감점 요인을 안게 된다.
소규모 학생 수로 인한 내신 정량 평가의 불이익
전교생 또는 과목 수강 인원이 30~50명 내외에 불과한 농촌 지역 학교에서는 상대평가 체제하에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인원이 1~2명에 불과하거나 아예 산출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약간의 점수 차이로 등급이 크게 하락하여 정량적 성적을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 및 주요 대학의 내신 반영 구간에서 구조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사교육 및 진학 상담 인프라의 상대적 부재
대도시 지역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 및 전문 입시 컨설팅을 통해 변화하는 입시 제도, 대학별 수시·정시 모의고사 데이터, 맞춤형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관리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반면 농촌 지역은 진학 전문 교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정보의 불균형’이 곧 ‘대입 결과의 격차’로 직결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거주지 효과(Place Premium)로 인한 잠재력 제약
2024년 8월 발행된 한국은행의 연구 보고서 “입시경재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상위권 대학 진학률 격차의 약 92%가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역량이 아닌 ‘거주 지역 효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농촌 학생들이 지닌 학습적 잠재력이 교육 인프라와 정보 격차라는 환경적 제약에 갇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2. 농촌 및 인구 소멸 지역 학생을 위한 대입 지원 및 추진 정책 현황
농어촌 학생 특별전형(정원 외/정원 내) 및 사회통합전형 운영
현행 대학입시에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읍·면 지역 소재 중·고등학교 6년 이수(부모 및 학생 거주) 또는 초·중·고 12년 이수(학생 본인 거주) 요건을 갖춘 학생을 대상으로 정원 외 농어촌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정원 내 기회균형전형 및 고른기회전형의 지원 자격에 농어촌 학생을 포함하여 수시 및 정시 모집 문호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교육청 단위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및 지자체 자체적 교육지원과정 구축
단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소인수·심화 과목을 인근 학교 간 연계(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나 전국 단위 온라인 플랫폼(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개설·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 학생들도 AP, 심화 수학, 과학교과 실험, 전공 탐구 과목 등을 이수하여 학종 평가에서의 과목 이수 이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공 대입 지원 시스템 및 EBS 맞춤형 컨설팅 확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EBS 대입 컨설팅 사업 및 여러 채널을 통해 농어촌 및 정주 여건 취약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맞춤형 1:1 대입 진학 상담, 1:1 서류 진단, 수능 최저학력기준 대비 무료 강좌를 집중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각 시·도 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의 방문·온라인 컨설팅이 농어촌 거점 고교로 찾아가는 형태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3. 농촌지역 학생들의 효과적인 대입 활용 및 선제적 준비 전략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한 전공 연계 학업 역량 증명
소속 고등학교에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시·도 교육청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충북지역의 경우 여름방학과 겨울방학기 기간을 포함하여 연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어 학생은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직결되는 기초·심화 과목을 스스로 찾아 이수함으로써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평가 요소인 ‘자기주도성’과 ‘진로 연계 탐구 의지’를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과 수업 기반의 깊이 있는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구축
수행평가와 발표, 탐구 보고서 활동 시 단편적인 지식 조사를 넘어 지역적 특성이나 개인적 문제의식을 수업 개념과 결합하는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 대학은 거창한 스펙보다 학교 수업 내에서 학생이 던진 본질적인 질문, 관련 전문 도서나 학술 자료를 참고하여 스스로 탐구해 나간 과정을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다.
농어촌전형 자격 요건의 철저한 사전 검증 및 수시·정시 투트랙 전략
6년 및 12년 자격 기준의 주민등록 초본상 거주지 연속성, 부모 거주 요건, 재학 기간 내 행정구역 개편 여부 등을 고1 단계부터 해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농어촌전형은 수시 교과·종합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에서도 경쟁률 및 합격선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및 정시 농어촌전형 대비를 위한 수능 과목 학습을 끝까지 병행하여 준비하는 것을 권장한다.
4. 농촌 지역 학생들의 학업 역량 강화를 위한 대입 체제 전환과 제도적 뒷받침 방안에 대한 의견
소규모 학교의 특수성을 개별 맞춤형 깊이의 강점으로
“학생 수가 적어 불리하다”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학급의 장점인 교사와 학생 간 밀착적 소통, 맞춤형 피드백, 학교 자율적 교육과정 내 차별화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이 담긴 생활기록부는 대규모 학교의 정형화된 기록보다 입학사정관에게 훨씬 매력적인 정성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일부 농촌지역 학교에서는 학생 개별맞춤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1:1 밀착 관리를 통해 학생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의 맥락적 정성평가(Contex-tual Assessment) 시스템 제도화
대학은 서류 평가 시 해당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편성표, 학생 수, 과목 개설 여부 등 ‘교육 환경적 맥락’을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정성평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공된 교육과정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우수한 성취를 이뤄낸 학생에게 가산점이나 맥락적 우대 평가를 적용하는 기준이 명확히 수립되어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 : 지역별 비례선발제 및 지역인재 선발 비율 확대
한국은행의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보고서에서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같이 수도권 주요 대학이 학령인구 비율에 맞추어 지역별 학생을 고르게 선발하는 방향의 정책적 논의가 대입 제도에 단계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한다. 또한 농어촌 정원 외 선발 비율의 안정적 유지와 함께 수도권 대학의 지역균형전형 및 기회균형전형 내 농어촌 학생 할당 비율을 실질적으로 확충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교육청-지역대학 간 삼각 교육 협력 생태계 구축
지자체의 교육 경비 지원, 교육청의 진학 전문가 현장 배치, 지역 대학의 진로 멘토링 및 수시 모의면접 지원이 하나로 연결되는 지역 맞춤형 대입 지원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 학생들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평가받고 원하는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공정한 대입 환경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농어촌 지역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는 바 우리 충북지역에서도 농촌지역 및 인구 소멸 위기 지역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역량 강화를 위해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