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들녘의 현실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
농지 전수조사, 걱정되는 농심과 옥천 군민이 지금 해야 할 일
올해 마을회관의 이야기는 수확이 아니라 편지입니다. “군청에서 농지 서류 내라는데, 이거 땅 뺏기는 거냐.” 평생 논을 지킨 어르신이 묻고, 아버지 땅을 물려받은 대전의 자식이 묻고, 정년 뒤 고향에 텃밭을 마련한 분이 묻습니다. 저도 1개 읍 8면에 뿌리를 둔 옥천 사람입니다. 그 물음 앞에서 저는 먼저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전국 들녘의 현실을 알고 있는가.
조사가 아니라 순서와 방식이 걱정입니다
투기꾼을 가려내 농사짓는 사람에게 땅이 가도록 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순서와 방식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국무회의 지시로 시작돼 정부 요청으로 석 달 만에 법이 개정됐고, 5월18일부터 두 달 반 동안 전국 136만㏊를 행정정보와 위성사진으로 먼저 골라냈습니다. 위성은 어르신의 무릎이 왜 아픈지, 옆집과 논을 바꿔 짓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정부 스스로 “구두 임대차가 굉장히 일반화된 현실”이라 인정하면서도 수십 년 관행을 ‘불법 임대차 의심’으로 집계해 27%, 284만 필지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조사가 시작되고서야 계도 방침이 나왔고, 대통령이 “사정 때문에 못 짓는다고 강제처분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그것은 9월 18일, 구체적인 퇴로가 나온 것은 9월 21일이었습니다. 안심시킬 기준을 먼저 세우고 조사를 시작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넉 달이었습니다.
이날 당정 협의가 내놓은 보완책이 그것을 말해 줍니다. 법을 고친 지 석 달 만에 특별조치법을 다시 만들어 처분을 유예하겠다 하고, 불법 전용은 38년 만에 양성화하겠다 합니다. 처음부터 현장을 알았다면 필요 없었을 일들입니다. 투기는 큰 땅을 굴리는 사람들의 일인데, 편지는 텃밭 한 뙈기를 가진 어르신과 출향인에게 왔습니다.
최근 10년 안에 땅을 산 사람, 옥천 밖에 살며 고향 땅을 가진 사람, 형제가 지분으로 나눈 땅이 ‘위험군’으로 묶였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군에서 고향 땅을 지키는 출향인과 정년 뒤 텃밭을 일구러 돌아온 분들은 위험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이번 조사는 농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아픈 사례로 남을까 걱정됩니다.
당정이 약속한 것, 그리고 아직 법이 아닌 것
9월 21일 나온 내용은 군민이 알아 두셔야 합니다. 첫째,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11월 15일까지 연장하고,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를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보완조사에서 빼고 조사를 종결하겠다고 했습니다.
둘째, 고령·상속·관행 임대차는 농지은행에 맡기면 처분을 유예하고, 이웃끼리 바꿔 짓거나 한 사람이 모아 짓는 방식도 농지은행을 거치면 기존 경작자가 계속 짓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셋째, 올해 5월 18일 이전에 완공된 농업용 창고 같은 시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내고 사후 허가를 받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넷째, 이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해 내년 1분기 시행하고, 농지연금과 농지 매입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분명히 하겠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 당장 효력이 있는 그것은 11월 15일까지의 위탁 특례뿐입니다. 처분 유예와 양성화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살아납니다. 그전까지 시행 중인 농지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이 확인되면 군수가 처분명령을 하여야 하고, 6개월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공시지가와 감정가 중 높은 금액의 25%를 해마다 이행강제금으로 물리는 법입니다. 약속은 약속이고 법은 법입니다. 정부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손해 보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은 지금 당장 몫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11월 15일이 기준입니다
먼저 종이 한 장에 내 땅을 지번별로 적으십시오. 언제 어떻게 갖게 됐는지, 몇 평인지, 농업진흥지역인지, 지금 누가 짓는지, 계약서가 있는지. 그다음 세 갈래입니다. 이웃에게 말로만 맡긴 땅과 형편상 못 짓는 땅 중 3년 넘게 소유한 것은 11월 15일 전에 한국농어촌공사 옥천지사에 임대 위탁을 신청해야 하고, 신청으로 끝이 아니라 수탁 계약이 체결돼야 조사가 종결되고, 진입로가 없거나 너무 작은 필지는 수탁이 어려울 수 있으니 서둘러 확인하십시오.
예순이 넘어 5년 넘게 직접 지은 땅, 질병으로 석 달 넘게 치료받는 경우, 상속받은 1만㎡(약 3,025평) 이내의 땅처럼 법이 직접 임대를 허용하는 경우는 종이 계약서를 쓰고 60일 안에 읍면 사무소에서 농지 대장에 올려야 합니다. 이 신청을 안 하면 그것만으로 과태료입니다. 주말농장과 자녀에게 증여한 땅처럼 직접 지어야 하는 땅은 남은 가을 동안 심고, 사진 찍고, 씨앗과 비료 산 영수증과 오간 기록을 모으십시오.
‘자료 제출 요구서’가 왔다면 봉투째 보관하고 기한과 붙임 목록을 확인해 접수증을 받고 내십시오. 위반 확정이 아니라 확인 절차이지만, 기한 안에 안 내거나 거짓으로 내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입니다.
정부도 고령 농업인은 이장과 이웃이 참여하는 문답·탐문 조사로 실제 경작을 확인하겠다고 했으니 서류가 다 없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처분의무 통지를 받더라도 1년 안에 다시 직접 짓거나 매도위탁을 하면 처분명령이 3년 미뤄지고 그 뒤 소멸합니다. 조사를 피하려고 임차농을 갑자기 내보내면 오히려 신고되어 심층 조사 대상이 됩니다.
옥천의 세 가지 경우
대전·세종·청주 출향인과 퇴직자의 주말농장은 법이 ‘주말·체험 영농’으로 정식 인정합니다. 농업진흥지역 밖, 온 식구 합산 1,000㎡(약 303평) 미만이면 요건은 됩니다. 남는 것은 실제로 가꾼 흔적뿐입니다. 상속농지는 농식품부가 직접 설명한 대로 1만㎡까지 자경 의무 없이 가질 수 있고 이웃에게 빌려줄 수도 있으며, 초과분은 농지은행에 맡기면 됩니다. “법 바뀌어서 상속 땅 다 팔아야 한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마음 아픈 경우는 아들·딸·사위 이름으로 넘겼지만, 따로 사는 부모가 대신 짓는 땅입니다. 법의 눈으로는 빌려준 것과 같아 원칙적으로 위반이고, 다른 자녀에게 다시 넘기는 길도 막혔습니다. 자녀가 실제 농사에 참여하며 농업경영체 등록과 직불금, 농자재 구매를 자녀 이름으로 남기거나, 3년 넘게 가진 땅이면 농지은행에 위탁하거나, 자녀가 옥천으로 주소를 옮겨 한 세대가 되어 함께 짓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세금이 얽히니 세무사와 상의하십시오.
주민의 지혜를 모아 목소리를 냅시다
위성이 놓친 것은 마을이 압니다. 어느 집 논을 누가 왜 짓는지, 그 어르신이 언제부터 밭에 못 나오시는지 이장님과 이웃이 압니다. 마을 단위로 ‘누가 어떤 사정으로 어떻게 짓는지’를 한 장으로 모아 이장님과 농지위원이 확인해 두면 그것이 해명 자료가 되고 군과 국회가 정부에 요구할 근거가 됩니다.
옥천군에는 세 가지를 부탁드립니다. 11월 15일까지 읍면마다 위탁 신청과 계약서 작성을 도와주는 창구를 둘 것, 계도로 끝낼 사례의 기준을 군민에게 미리 알릴 것, 고령 농업인은 서류 대신 현장 확인으로 소명하게 할 것입니다. 국회에는 특별조치법이 약속대로 연내 만들어지는지, 그 유예 기간이 농촌 현실에 맞는지, 옥천 같은 군의 현실이 개정안에 담기는지 끝까지 지켜보고 힘을 보태겠습니다.
농지법의 뿌리는 ‘땅은 농사짓는 사람이 갖는다’라는 오래된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지켜 온 것은 평생 논밭을 떠나지 않은 어르신들과 고향을 잊지 못해 돌아온 분들입니다. 정부가 들녘의 현실을 뒤늦게라도 알아 가고 있다면 그것은 걱정하는 농심이 목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편지가 왔다고 위축될 이유가 없습니다. 오늘 정리한 순서대로 준비하고, 마을의 지혜를 모으십시오. 우리 논밭은 우리가 지킵니다.
※ 확인 자료 : 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브리핑(2026. 7. 30.),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 결과(2026. 9. 21.), 농지법(법률 제21798호, 2026. 8. 28. 시행). 특별조치법 관련 내용은 제정 전 정부 발표 기준이며, 개별 사안의 최종 판단은 담당 옥천군의 처리에 따릅니다. / 농업을 걱정하는 옥천 사람 전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