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주민자치 첫 공동 정책 논의, 군정 반영으로 이어져야
규제·교통·생활 현안 제안…행정 검토와 결과 공유가 다음 과제
옥천군이장협의회와 옥천군주민자치연합회가 처음으로 공동 정책간담회를 연 것은 마을과 읍·면에서 제기되는 현안을 주민조직이 함께 논의할 자리를 직접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마을과 행정을 연결해 온 이장협의회와 주민 참여·공동체 활동을 이끌어 온 주민자치연합회가 지역의 문제를 함께 살피고 정책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동 논의가 개별적인 건의를 지역 차원의 정책 과제로 발전시키려면 행사 이후의 과정이 중요하다. 어떤 요구가 제기됐는지 정리하는 데서 나아가 누가 검토하고 결과를 어떻게 주민에게 알릴 것인지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대청호를 지역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 규제와 생활 불편을 겪는 주민에게 어떤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촌공간 기본계획안은 생태자원 활용과 정주환경 개선 등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장기간의 개발 제한과 주민지원사업비 감소, 빈집 활용의 어려움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자연환경 보전과 지역발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참석자들은 규제와 보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부소담악 관광시설 정비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요청했다. 중요한 것은 자연을 보전하고 방문객을 유치하는 정책의 효과가 주민의 생활 개선과 소득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는 일이다.
주민 의견수렴도 과제로 드러났다. 용역기관은 읍·면 이장회의 등을 통해 설명해 왔다고 밝혔지만, 일부 참석자는 지역별 발전 방향과 계획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역할이 다르더라도 기본계획 단계에서 주민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는지는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 설명회를 열었다는 사실과 주민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가졌다는 평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렴한 의견 가운데 무엇을 반영했고 반영하지 못한 내용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알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발표에서 제시된 39개 농촌특화지구 후보군 역시 지정이나 사업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향후 어떤 기준으로 후보군을 검토·선별하고 주민 협의를 거쳐 사업을 구체화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빈집 정비와 정주환경 개선도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유권과 활용 동의, 운영 주체 등 실제 추진 과정의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2부 정책토론’에서는 생활 속 이용 불편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농어촌버스 무료화뿐 아니라 병원과 장보기에 맞는 운행시간, 정류장까지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 대표적이다. 문화예술 창작공간도 새 시설 조성에 앞서 기존 청사와 유휴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정책의 성과를 시설 규모나 예산 확보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버스요금 부담이 줄어도 필요한 시간에 이용할 수 없다면 이동 불편은 남는다. 공간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이용 수요와 운영 방식이 준비되지 않으면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주민의 질문은 사업의 존재보다 이용 가능성과 생활의 변화를 향하고 있었다.
물론 이날 제기된 모든 사안을 옥천군이나 군의원이 즉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형용 도의원도 군 집행부가 준비한 정책에 대해 답변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김광회 군 농촌개발팀장은 농촌공간 기본계획 자체가 규제를 완화하는 계획은 아니라며 관련 애로사항을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소관과 권한의 한계를 설명하는 데서 논의가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장 점검이나 운영 개선으로 대응할 사안, 예산이 필요한 사안, 법령·제도 개선과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을 구분해야 한다. 당장 반영하기 어려운 요구도 그 이유와 추가로 검토할 조건을 주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옥천지부는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 옥천군과 관계 부서에 전달하고 앞으로도 정책 논의의 자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후속 논의에서는 주최·주관단체가 의견 전달과 검토 경과를 공유하고 군과 관계기관은 반영 여부와 사유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군의회도 관련 예산과 제도 개선 과제를 살펴야 한다.
이번 간담회를 후원한 본보 역시 현장의 발언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 제안이 어느 부서에서 어떻게 검토되는지와 실제 정책 반영 여부를 후속 보도로 확인해 나가고자 한다. 반영되지 않은 제안은 그 이유를 살피고 추진하기로 한 사안은 진행 과정과 결과를 점검해 주민에게 알리는 것이 지역언론의 역할이다.
첫 공동정책간담회의 가치는 다음 만남에서 더 분명해질 것이다. 새로운 요구를 다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제안 가운데 무엇이 반영됐고 무엇이 검토 중이며 어떤 사안은 왜 어려운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의 발언에 행정의 검토와 답변이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만남을 지속적인 정책 참여로 이어갈 다음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