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양궁 컴파운드 새 역사 썼다
한국 남자 최초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
옥천 출신 양궁 국가대표 김종호(현대제철)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컴파운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고교 시절 양궁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던 그는 종목 전향과 좌절을 딛고 정상에 올랐다. 본지는 지난 23일 김종호 선수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이번 대회와 선수 생활, 고향 옥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김종호는 지난 1일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 결승에서 대만의 장정웨이를 149-145로 꺾었다. 15발 가운데 14발을 10점에 명중시킨 경기였다. 그는 “우승하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덤덤했다”며 “잘 마무리했고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메달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날인 9월 30일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4위에 머물렀다. 김종호는 자신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단체전에서 제 실수가 많았다고 생각해 마음이 무거웠다”며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으니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개인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우승의 비결은 긍정적인 마음과 한 발에 집중하는 자세였다. 긴장된 순간에도 평소 연습한 기술을 유지하고 서둘러 경기를 끝내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호는 이원초등학교 5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교 시절 리커브 종목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운동을 그만두려 했다. 당시 지도자였던 호진수 코치의 권유로 컴파운드로 전향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전향 초기에는 국내 선수층이 얇아 출전할 대회도 많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대회에 나갈 때 혼자 기숙사에 남아야 했고 출전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선 순위 경쟁에서 1점 차이로 단체전 출전 기회를 놓쳤다. 이후 훈련에 매달렸고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 1위에 오르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호는 지난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모든 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컴파운드로 전향한 뒤 출전 기회조차 부족했던 시절과 국제대회에서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고 늦게 피는 꽃도 있지 않느냐”며 “저 역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제 경험이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8년 LA올림픽에서는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열린다. 김종호는 먼 목표보다 가까운 대회마다 기술과 동작에 대한 작은 목표를 세워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향 옥천에 대한 그리움도 전했다. 이원초 시절의 학교 운동장과 오가던 길, 함께 먹던 밥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원초·중학교 양궁부 후배들에게는 “힘든 시기가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쌓아가면 그 경험이 자신의 힘이 된다”며 끈기를 강조했다.
옥천에도 전국 선수들이 찾아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랐다. 장기적으로는 옥천군 양궁팀이 창단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밝혔다.
김종호는 “컴파운드 하면 김종호를 떠올릴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컴파운드 양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