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골목

2017-02-02     배정옥 시인

달이 동지를 건너

대한을 지날 무렵

어머니는 수틀에 꽃송이를 빼곡히 그렸다.

폭설이 내리면

처마에 꽂힌 어름바늘 하나씩 뽑아들고

밤마다 한잎 두잎 색을 입히셨던 어머니

심장을 도려 놓고 뜨거운 핏물 덧입혀도

꽃은 여린 흰빛만 보였다

숨이 멎을 듯 한참 들여다보는 동안

물씬, 향내가 났다

그 향기가 골목을 쓸고갔다

어둠의 그늘로 아침이 오고

향기롭고 파란 햇빛이 쏟아졌다.

 

안개 낀 흐릿한 옛 생각 너머

늘 붉은 꽃잎이 흩날리는

홍매화 그늘에 서 있으셨던 어머니

당신의 얼굴도 붉고 환했다

 

그날 밤 베갯닢엔 매화가 붉게 피어

향기가 진동했다

 

대한을 지나 우수를 향해

나무가 꽃빛을 새기는 밤

달이 육중한 문고리를 열고 있다

 

◇약력

·문학저널 시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시간의 그늘』
·옥천의 마을 시집 공저
·옥천문협 회원, 문정 문학회 회원
·옥천군 문화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