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가족입니다”…장애인 돌봄 6명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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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가족입니다”…장애인 돌봄 6명이 뭉쳤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7.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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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복지시설 영생원의 아름다운 사람들
김경숙·박혜원·김영철·차미연·박노영·황명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내 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했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은 그 무엇도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였다. 나 보다는 타인에 대한 상황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은 온유함이 아니고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헌신이 아니고서는 오랜 세월 걸어가기에 고단한 일일지 모른다. 박혜원(49) 사회복지사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직업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오랜 시간 같이 걸어와 가족이 됐다”며 “이곳에서 함께 하는 동안 모든 분들이 행복하기를 원한다”고 희망했다. 진심으로 다가왔다. 정신장애를 가진 생활인들을 함께 세상을 걸어가는 친구로 받아들인 여섯 명의 사회복지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때마침 찾아가는 날 장애인복지시설 영생원(옥천읍 삼청리)에서는 생활인들이 참여하는 개인별 독창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구성진 노래와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왔다. 누구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김경숙 사회복지사
 영생원에서만 23년째 근무했다. 여자생활실 팀장이다. 김경숙(52) 사회복지사는 “29살에 취업해 처음 영생원에 왔을 때  나이가 같은 친구 생활인이 있었다”며 “그 친구는 기억이 있는 날은 늘 달력에 체크를 했는데 15일간 체크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자신이 정신을 놓치고 생활할 때 어땠는지 울면서 말하는데 가슴 아팠다”고 했다. 이어 “그런 그녀가 복귀시설로 가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들었을 때 누구보다 기뻤다”고 회고했다.
김 사회복지사는 정신요양시설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공부를 늘 한다. 병에 대해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분들이 힘들 때  적절한 상담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활인들이 격려와 지지 속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사회에 적응하고 복귀시설로 가는 것을 보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작은 도움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감사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혜원 사회복지사
 7년째 일하고 있다. 전에는 출판업계에 근무했고 이후 임상병리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은 꿈을 위해 40세 때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영생원에서 한글배우기 프로그램 ‘글샘문학회’를 맡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닫힌 마음을 표출하고 글로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박혜원(49) 사회복지사는 “평소 말이 없던 분들이 감정을 시나 수필로 표현하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확신했다.
글샘문학회는 올해 ‘조심스레 당신에게 보여주다’라는 문집을 발간했다. 2012년 ‘나에게 쓰는 편지’, 2016년 ‘우리가 행복한 세상’에 이어 3번째다.
그녀는 “참여한 분들이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 발간되는 것을 보면서 자부심을 가진다”며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용시 백일장에서도 수상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 감정표현이 없고 제자리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면 허탈하고 안타깝다”는 그녀는 “그럼에도 함께 행복하게 생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사회복지사
19년째 근무하고 있다. 생활인들을 위한 이벤트 행사 기획 및 자원봉사자들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김영철(45) 사회복지사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그는 “생활인들은 정신과적인 증상으로 표현이 많지 않은데 이벤트를 통해 참여의 기회가 적었던 분들까지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할 때 기쁘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김제동이라고 불릴 만큼 이벤트행사 진행을 맛깔스럽게 하는 그는 “모두 이곳에서 얻어진 경험으로 사회복지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생활인들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같은 이웃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장애인식개선 강사 자격증을 준비해 기회가 된다면 강의 활동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차미연 사회복지사
그녀는 10년째 영생원에서 근무했다. 전에 청소년복지사로 있다가 서른 즈음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후 영생원에서 일하게 됐다. 현재 직업재활담당으로 사회생활이 가능한 분들에게 취업 교육을 통해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연계활동으로 청소년 봉사활동지도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옥천지역 내 학교와 MOU체결을 맺고 정기적으로 지역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의 장을 펼쳐나가도록 한 것. 차미연(45) 사회복지사는 “이제까지 다녀간 학생들만 천명이 넘는다”며 “청소년자원봉사활동의 장으로 시설을 개방하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장애인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울림 활동을 하면서 ‘그들도 같구나, 다르지 않구나, 단지 조금 아플 뿐이구나’라고 보고 느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봉사로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녀는 “생활인이란 공식 명칭이 낯설다. 밥을 같이 먹는 그냥 가족”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노영 간호사
요양병원에 근무하다 2016년 12월부터 영생원에서 일하고 있다. 생활인들이 고령화 되면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 대한 건강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박노영(44) 간호사는 “간호사로서 환자의 질병이 호전될 때 보람 있다”며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일반 환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여서 마음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때때로 사실과 다른 고집으로 주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힘들고 곤혹스럽다”며 “끝없이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건네야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황명화 사회복지사
생활인들의 음악활동을 맡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생원 자체 합창대회를 열었고 올해는 ‘나의 인생 나의 노래 18번지’란 타이틀로 독창대회를 개최했다. 황명화(42)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를 꿈꾼 적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트럼펫,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배우며 당연히 음악인의 길을 갈 거라고 생각했다. 충주가 고향인 그녀는 경찰공무원인 남편이 옥천으로 발령 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 30대 중반 사회복지사가 된 후 자신이 좋아하고 꿈꾸던 음악을 생활인들과 함께 3년째 펼쳐나가고 있다.
황 사회복지사는 “생활인들이 어떤 면에서는 더 감각적으로 탁월한 면이 있음을 활동하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며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는데 앞으로 음악이론과 연주법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교육시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음악은 기분을 좋게 하고 자신감을 업그레이드 시켜 모든 생활인들이 1인 1악기와 노래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일부에선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분들이 있다”며 “똑같은 인간으로 선입견을 버리고 봐 달라. 어떤 경우에도 사회에서 차별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현재 ‘슈퍼스타 직장인 밴드’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에 열린 햇살나눔.

 

작년 추석민속행사
작년 10월 19일에 열린 충북정신장애인 재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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