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이 전하는 서예 “그것은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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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이 전하는 서예 “그것은 희망이었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7.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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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 공모전 특선 3인
평거 김선기 작가 제자 서경자, 홍경숙, 김춘호 씨

2019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 공모전에서 옥천의 평거 김선기 작가의 제자 3명이 특선, 1명이 입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 공모전은 전통의 바탕 위에 새로운 실험정신이 발휘된 작품을 입상작으로 선정, 입상자는 조직위원회 규정에 의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기념공모전 초대작가로 추대되며, 비엔날레 각 행사 및 수상작가전, 초대작가전 또는 조직위원회가 기획하는 각종 전시회에 초대되는 특전을 받는다. 공모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자운 서경자(74), 솔담 홍경숙(73), 청호 김춘호(64) 서예가 3명을 만나 그들의 인생에 서예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운 서경자
‘일일신(日日新)’ 날마다 새로워진다. 매일 새롭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특선을 받은  출품작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서예가 서경자 씨는 30여 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트에서 사업가로 살았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향수를 달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서예다. 미국 교회 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붓글씨에 입문하게 된 것. 그녀는 2013년 연로한 부모님과 함께 하려고 고향인 청성면 능월리로 귀국한다. 한국에 오자마자 신청한 것이 서예 수업이다. 스승 평거 김선기 작가의 가르침으로 현대서예를 처음 접하게 되고 그 매력에 빠진다. 서경자 씨는 “현대서예는 자형이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적합한 글씨”라며 “앞으로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에 있는 손주들에게 자랑스런 할머니로 스스로 붓과 대화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특선 2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특선 2회 입선 1회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2~3시간씩 작업실에서 글씨를 쓴다는 그녀의 집 모든 벽면은 작품을 압정으로 박은 자국이 가득하다. 외로운 인생길에 서예는 친구이고 동반자라고 말하는 그녀는 마음이 외로울 때마다 글을 쓴다. 그 자체가 행복이고 기쁨이라며 이번에 입상한 사실을 알고 17, 18살 두 손주들이 “우리 할머니 멋있어요, 최고예요”라고 칭찬해 줄 때 기쁘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경자 작품

△솔담 홍경숙
200년 된 종2품 소나무가 있는 한옥집은 서예가 홍경숙 씨의 생활터전이자 작업실이다. 아침을 먹고 난 직후 오전 햇살이 창호 문살을 통해 들어올 때 그녀는 글씨를 쓴다.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맑은 기운의 햇살이 환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이 들수록 여러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더 나이가 들면 혼자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가 찾은 혼자 놀 수 있는 것이 서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밤새 해도 지루하지 않은 것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요즘 그녀는 하루하루가 기쁘다. 작품 한점을 완성하기 위해 100장 이상의 글씨를 연습한다. 이번에 출품한 ‘조각구름’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을 표현했다. 70이 넘어 싯귀를 쓸 때 가슴이 저려온다는 그녀는 “서예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숙 씨는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사로, 40년간 꽃꽂이 강사로 평생 누군가를 가르치기만 했는데 요즘 배움의 즐거움이 크단다.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을 한 바 있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5남매 맏이로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그녀는 40년간 해온 꽃꽂이 강사를 몸이 아프면서 중단하게 된다. 그 후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선택한 것이 서예다. 글씨는 내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여태껏 그녀가 해온 일과 어느 면에서는 일맥상통 한다고. 처음 만난 서예 스승이 작고하고 방황할 때 우연히 전시회 도록을 보고 평거 김선기 작가를 알게 되어 심향회에 가입한다. 그녀는 “김선기 작가는 오체를 다 쓰고 궁체 민체, 현대 서예를 넘나드는 분으로 배울 게 너무나 많을 뿐 아니라 심향회에 들어와 보니 선배들의 이력이 대단했다”며 “노후에 혼자 할 수 있는 소일거리로 시작한 서예인데 스승이 자신 안에 숨어있던 내면의 열정을 끌어내 주었다”고 감사했다.

홍경숙 작품

△청호 김춘호
김춘호 씨는 9남매 맏며느리다. 공무원이던 남편의 아내로, 부모님을 모시는 며느리로, 4명의 손주들을 키우면서도 서예가로서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한 그녀가 서예에 입문한 지 17년째다. 2002년 3월 초 여성회관에서 진행하는 서예교실을 찾아간 것이 시발점이 됐다. 그곳에서 만난 스승이 평거 김선기 작가다. 기초부터 시작해 17년을 한결 같이 배워오는 동안 충북서예대전 입선, 충청 서도 대전 특선, 대한민국 통일서예 입선, 평화통일 미술대전 특선입선,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 등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스승의 가르침 덕분”이라며 “빈틈없는 한 획 한 획이 감동”이라고 전했다.
김춘호 씨는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으로 인해 시간을 정해 놓고 글씨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들도 서예교실에 나가거나 대회를 앞두고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을 써 준 가족들이 고맙고 감사하다”며 속내를 표현했다.
김춘호 씨는 “글씨를 쓸 때 얻은 충족감으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글씨를 통해 자존감을 얻고 이를 통해 가족들에게 더 잘해 줄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품한 ‘거북귀’ 글씨는 “건강을 상징하는 것으로 작품을 쓸 때마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며 “처음에 쓸 때는 떨리고 어려웠는데 어느 날 획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아 이거구나’라는 희열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앞으로 살아 숨 쉬는 듯한 획을 표현하고 싶다”며 “글씨를 통해 열정과 행복을 일깨워 준 스승 김선기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춘호 작품
서예가 3인의 스승 평거 김선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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