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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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서사
  • 장자순 시인
  • 승인 2019.08.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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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순 시인

물을 바라보면 물결이 물소리에 밀려가고

물의 표면과 물 안에서 부딪쳐 나오는 바람의
음표들

물은 물의 파장으로 흐름을 살고 있다

물의 표면에 눈빛이 도달하는 시간 물에 머물고 있는 물의 숨소리가 물을 따라 흐르고

물에서 물로 건너가는 물의 허벅지엔 물의 굴곡이 안쪽으로 휘어 흐른다

미처 도달하지 못한 물은 물 밖에서 섞이고 물을 뒤따르는 물엔 물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물이 물의 높이로 떨어지는 물소리, 물의 몸을 깨우고

물의 바닥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물, 물의 흐름으로 일어서 건너오고 있다

물의 처음과 물의 마지막이 같은 골을 따라 물의 리듬을 맞추는 물 그것을 바라보는 물의
빛깔

물이 물의 결을 타고 저녁의 벽면에 도달한다

물은 청 빛으로 물들고 있다 물의 시간으로 물은 모여들고 물은 어둠에 누워 흐르고 있듯

물은 빛의 어둠을 두르고 물의 내부 면을 따라 흐른다

물의 잠엔 물소리의 기억들이 살아서 아침 안개로 피어나고 물이 물의 깊이에 귀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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