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 없는 이곳이 전국 명소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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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없는 이곳이 전국 명소라니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8.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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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안터마을 ‘팜랜드’ 체험농장
‘팜랜드’ 조복인 대표가 체험농장 건물 앞에서 반갑게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초행길이었다. 동이면 안터2길 158-99, 네비게이션를 검색하고 갔다. 안남면 쪽으로 안내해서 이상하다 싶었지만 둔주봉 막다른 길까지 가서야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설마 네비가 엉뚱한 곳으로 안내할까 싶어서 그대로 간 것이 돌고 돈 결과가 되었다. 다시 안터마을에 와서 전화로 물어 찾아갔다. 주소지 검색이 안 돼 곤란을 겪으며 찾아간 팜랜드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포장되지 않은 외길이었지만 가는 길 내내 산길은 신비로웠다. 왼쪽으로 보이는 대청호 물줄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집 한 채 없는 산중을 20분쯤 들어가니 둔주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대청호는 유유히 산을 끼고 휘돌아나갔다. 6만여 평에 조경수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둘레길은 봄에는 산수유꽃으로 뒤덮이고 가을엔 붉게 익은 열매로 또 한 차례 주변 경관을 물들인다고 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무료로 산수유를 채취해 갈 수 있단다. 주변에 알밤체험농장, 매실체험농장도 이용할 수 있다.

팜랜드 체험농장 조복인(64) 대표는 5년 전 이곳을 인수했다. 조용한 곳에서 나무를 가꾸며 살고 싶어서였다. 4월에는 가죽, 두릅, 고사리 등을 채취하고 이곳 자체적으로 산나물축제를 한다. 6월에는 매실 따기 체험이 한창이다. 추석 전·후로는 알밤 줍기 체험도 하고 알밤도 가져갈 수 있다. 20~30년 된 100여 그루 밤나무에서 10가마 이상의 밤을 수확하고 있단다. 다양한 자연의 체험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농장, 캠핑, 체험 학습장으로 동창회나 각종 모임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 음식 판매는 전혀 하고 있지 않아 오는 분들이 준비해 와야 한다.

조 대표는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10시 전까지 풀 깎고 나무 소독을 한다. 오후 4시에서 7시까지 정원 관리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는 “강과 산으로 둘러싸여 봄, 가을 사계절 전혀 다른 풍경을 선물하는 완전 청정 지역인 이곳을 정작 옥천 사람들은 많이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이곳은 전국에서 더 많이 찾아오고 풍광이 빼어나 계속해서 영화 촬영지로 러브콜이 오는 상태.

이곳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는 길도 비포장이고 외길이다. 주소지 입력이 안 돼 네비 검색을 해도 둔주봉 쪽으로 안내하는 불편이 따른다. 조 대표는 이곳을 운영하고 가꾸는 데 많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제일 시급한 것은 전기와 주소지 안내”라며 “임시방편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지만, 전기가 없으니 농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온창고는 생각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자판기도 설치할 수 없어 못 놓은 상태”라며 “봄, 가을 고니가 머무르고 둔주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장소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쉬고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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