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밀면
흰 천 덮인 가구에 햇살이 모여 있었다
오래 인기척이 없었으므로
낯설은 공기 입자가 떠다녔다
물안개로 꽉 찬 새벽
문턱을 넘고 싶어 잠을 털어냈다
두고 떠난 나무의 갈피마다
눌러쓴 호흡들 숨죽인 목소리가 들렸다
페이지를 열면 호흡이 멈추고
글자들이 피부로 스며들었다
교감의 어느 순간은 울음이 되기도 했다
시원한 통증이었다
100년 전의 그가 생생하게 살아나서
그때로 돌아가는 길
새벽을 벗어나자
글자들이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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