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의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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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느의 우기
  • 박소원 시인
  • 승인 2019.12.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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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시인

아무 목적 없는 거리를
두 손바닥을 붙이고 걸었다

1월의 칸느 거리를
겨울비는 어둡게 흘러간다

우르릉 꽝
빗 사이로 터지는 천둥 소리

바퀴가 반쯤 잠긴 자동차 옆에서
아, 아 입을 벌리고 빗물로 목을 축인다

작달비에서 검은 숯 맛이 난다
검은 우산으로 흐린 하늘을 가리고

씻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씻겨내려
도심의 하수구로 흘러갈 때까지

나에게는 나밖에 없을 때까지
낯선 거리를 걸었다
 
나로부터 멀어진 너의 고결함을
다시 순결해지는 나를 위로하며
  
신발밑창으로 휩쓸려가는 빗물처럼
가볍게 떠나가는 시간들

우아한 결별의 장소, 칸느의 우기 속
너와 나는 정말 자유를 얻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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