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안은 흰쥐가 꿈꾸는 평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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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안은 흰쥐가 꿈꾸는 평화의 나라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1.02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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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쥐의 해, 평화 담은 작품 ‘흰쥐’ 탄생
30년 외길 예술혼 담은 ‘정천영’ 작가

2020년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를 맞아 정천영 작가는 쥐를 이미지화한 작품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미 낙관까지 찍어 완성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작업 중인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른 이미지였다. 작가가 구상해 이미지화된 작품 속 흰쥐들은 인생의 어떤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정 작가는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보여 지는 사물을 형상화해 작업을 해왔다”는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업 작가로서의 길이 이만큼 힘든 길일 줄 몰랐다. 지금도 여전히 길을 찾고 있지만 이만큼 왔으니 되돌아갈 길이 없는 외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구도의 길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예술가의 고뇌가 짐작되는 한마디였다. 옥천에 몸담고 있으면서 꾸준히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천영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한다.

△일상생활 속 소재로 이미지화 작업
정천영(옥천읍‧62) 작가는 1996년 옥천에 내려와 전업 작가로 살아왔다. 현재 살아가는 공간에서 사물을 포착해 작품 활동을 했다. 즉 그의 작품 속 소재는 주변의 흔적을 미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정 작가는 사실적인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동화적 개념으로 구상하고 이를 이미지화하여 새로운 예술세계를 추구해 왔다.
그는 “사물을 보고 풍경이나 정물로 그대로 표현하는 구상작가가 있고 현실에서 모티브를 잡지만 이를 이미지화하는 작가들이 있다”며 “내 작품은 솟대를 이미지화해서 만든 작품에서 보듯이 후자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창작의 원천은 열린 사고
정천영 작가는 2012년 용띠 해부터 돼지, 쥐, 양, 말, 원숭이 등 12간지 동물의 이미지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해마다 행운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다. 올 2020년은 경자년, 흰 쥐의 해로 흰쥐를 형상화한 작품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파랑새를 안고 있는 쥐는 꿈과 희망을 전한다. ‘삶에 어깨동무하며 사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혼자 가는 길’이란 메시지를 구상화한 작업이다. 흰색은 순결을 상징하고 평화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작품 안에 반영하고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다른 형상이다. 흰쥐 작업은 실크스크린으로 하고 있다. 구상한 작품을 트래팔지 종이 위에 그린다. 그린 작품을 빛이 들지 않는 공간에서 감광액을 바른 후 감광시키면 그린 모습 그대로 드러난다. 빛을 쪼인 부분에 물을 뿌리면 작품을 그렸던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형상이 드러난다. 이것을 건조기에 말려 작업을 한다. 다시 판화 잉크를 넣고 밀대로 밀면 자연 염색천에 형상이 드러난다. 채색은 원하는 색으로 넣는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듯 보이나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다른 작품 구상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해야 한단다. 그는 “생활을 하면서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꽉 차 있다”며 “이는 새로운 발상을 위해 늘 열려있는 사고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작업실
인생 안에 담긴 희망을 제시하고 싶다는 정 작가는 1996년 옥천에 내려와 양수리에 작업실을 두고 그곳에서 작업을 했다. 1999년 충북민예총 옥천지부가 창립되고 일을 맡아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내어 따로 작업실에 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봄과 늦가을 전시를 해오고 있다. 작품 속에 항상 꽃이 들어가는데 이는 작업을 하는 계절적 영향으로 보인다. 꽃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작업하는 그는 솟대 이미지에도 꽃이 중첩되어 있다.

△30년 작품 활동은 행운
정천영 작가는 다양한 재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한지를 요철로 만들거나 돌가루에 색을 입혀 작업하기도 했다. 캔버스에 아크릴화, 옻 작업, 대형천에 걸개그림 등 수많은 오브제를 사용해 작업해 왔다. 그는 “다양한 재료를 선택에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느냐”하는 것은 작가의 끝없는 고뇌라고 말한다.
정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1996년 서울에서 옥천으로 내려오면서 지금까지 전업 작가로 외길을 걸어왔다.
“너무 어렵다. 어려운 길이다. 작업을 하고 있어도 누가 보면 노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지금까지 30년간 작업을 한 것은 행운이었다. 작업하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길이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그 생각 하나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10회 가까이 개인전을 하고 2005년부터 군집개인전을 매년 해오고 있다.

△가족에게 미안해
그는 “옥천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자연 이미지가 풍부하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곳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것 밖에는 또 다른 계획은 없다. 나의 작품 활동은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세계다. 그렇게 가는 길에 누군가 공감해준다면 힘이 나서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긴 시간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추구하며 살아왔다 이 길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갈 수 있다. 예술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왔는데 만약 현실적 욕심이 많았다면 못했을 것이다. 때로 후회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후회한들 갈 길이 없다. 예술은 이미 나의 갈 길이 된 지 오래다. 다만 생활은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있는데 그들에게 미안하고 죄를 짓는 길이었다. ‘내 욕심이 너무 큰 것 아닌가’라는 자괴감을 지울 길이 없다. 자신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고 그간의 고충을 돌아보았다.

△예술활동은 구도의 길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늘 무언가가 아쉽다. 이렇게 어려운 길인 줄 정말 몰랐다. 누군가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흡족한 작품 1~2점만 남겨도 성공한 것이라고 하던데 마찬가지다. 그런 만족한 작품을 생각하면서 정진한다. 이것은 구도의 길이다. 예술과 현실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아니다. 현실성이 없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하다가 그만두는 이유는 현실의 장벽 이 너무 높아서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끝없는 가시밭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경제력이 없으면 작품 활동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작가들은 이러한 딜레마에서 자신의 색을 잊지 않기 위해 미칠 만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한발 한발 나아가는 자들이다. 나 역시 그렇다” 정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에 작가로 걸어온 30년 인생이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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