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정지용 詩' 다시 읽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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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정지용 詩' 다시 읽기(6)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3.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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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 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매주 게재된다. <편집자주>

▲ 김영미 시인 · 문학박사

   홍시

어저께도 홍시 하나.
오늘에도 홍시 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남게 왜 앉았나.

우리 오빠 오시걸랑.
맛뵐라구 남겨뒀다.

후락 딱 딱
훠이 훠이!                                          

 

■ 작품 해설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으나, 이런 유형의 이야기나 노래는 얼마 전까지 산촌이나 농촌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따라서 그 고장에서 산 사람이면 누구나 귀에 익숙해져 있는 민요조풍의 이야기이고 노래들이다. 고향을 떠나간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와, 누이의 선물을 듬뿍 안고 돌아오는 오빠와 관련된 이야기나 민요조는 우리 구전문학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정지용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 듯 이런 오누이간의 소박한 정을 통해서 느끼는 고향의 모습이 실제 보는 것처럼 떠오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발표 당시 「감나무」로 표시되었다가 후에 「홍시」로 제목이 바뀐 이 시는 늦가을 감나무에 홍시가 매달린 어릴 적 시골집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홍시를 오빠가 돌아오시면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어제도 오늘도 홍시를 따먹는 ‘까마귀’를 쫓을 수밖에 없다. 이때 ‘까마귀’를 보고 느끼는 심정은 행복감이 깃들어 있는 감성적 정서다.

홍시를 남겨두고픈 시적 자아는 오빠를 위한 것, 혹은 ‘까치밥’의 그 어떤 의미로도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대상을 향유하고자 하는 근원적인 삶의 태도에서 연유된 감정이다. 어린 시절 풍경의 소재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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