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풀어보는 국회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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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풀어보는 국회의원 선거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4.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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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야당 심판 대 정권심판의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야당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과는 판 자체가 뒤집힐 만큼 충격적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여소야대 상황이 된 것이다.

전국적인 판세만큼 역동적인 선거 우리 지역에서는 어땠을까? 현역 의원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던 새누리당 박덕흠후보가 13.37%의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일견 ‘이변이 없는’, ‘무난한’ 결과로 보인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국적인 판세만큼이나 역동적인 현상이 나타난 선거였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던 60대 미만과 60대 이상 유권자들 간의 극단적인 표 갈림 현상이 그것이다.

선거구가 확정된 3월 2일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총 4건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별 투표율 대비 전체 유권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60대 이상 유권자 층에서 박덕흠후보가 35.6%에서 52.7%의 차이로 시종일관 이재한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두 후보 간 40%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던 것.(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연령별 지지도 특히 농촌지역의 60대 이상의 경우에는 오차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제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절반 가까운 유권자 집단에서 40% 이상의 차이를 보였는데 어떻게 최종 개표결과가 13%대 차이로 줄어들 수 있을까? 세대 간의 극단적인 표 갈림 현상 표출두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중인 4월 8일부터 13일 사이에 60대이상 유권자들의 표심이 급격히 이재한후보에게 쏠렸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건 4월 6일과 7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원회에 등록된 청주KBS·청주MBC와 CJB 조사결과 두 후보간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율 격차가 48.3%에서 52.7%로 점점 벌어지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다른 한가지는 60대를 제외한 나머지 절반 즉 20대 30대 40대 50대 유권자 집단에서 일제히 이재한후보가 10~20%정도의 차이로 박덕흠후보를 앞섰을 경우이다. 그래야 산술적으로 13%대 차이가 가능하니까. 실제 이런 추세를 짐작할 수 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3월 27일과 29일 각각 등록된 청주MBC·CJB 조사결과와 박덕흠후보 자체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이 두 조사를 살펴보면 이재한후보가 20대와 40대층에서는 3.7%에서 13.7%의 차이로 박덕흠후보를 앞서기 시작했고, 30대와 50대층에서는 오차범위 근처에서 박덕흠후보를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종 개표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을 합친 정당지지율이 48.46%로 새누리당(43.75%)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수치 역시 60대 미만 유권자들의 야당 쏠림 현상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다. 사상초유의 청·장·중년층 대규모 여당 이탈 이런 추세들을 참고한다면 60대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이후보가 박후보를 두자릿수 이상의 차이로 앞섰을 거라는 추측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하겠다.

물론 일반적으로 젊은 층에서는 야당(후보), 노년층에서는 여당(후보)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그런 현상이 유달리 강하게 표출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이나 화이트칼라가 적은 우리 지역의 경우, 지금까지는 젊은층=야당, 노년층=여당이라는 등식이 크게 작용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 19대 총선 당시 남부3군 4개 지역신문이 공동주관한 여론조사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대~50대 유권자와 60대이상 유권자 사이의 표심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괴산군은 몰라도 남부3군은 대통령의 외갓집이 있는 지역이라는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과거 투표행태와 지역적·정서적 특성이 송두리째 뒤집힌 이번의 유례없는 청·장·중년층의 대규모 여당 이탈현상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자의 한계와 낙선자의 가능성 확인돼 이런 결과를 놓고 이번 선거를 종합적으로 평한다면, 박덕흠후보는 비록 당선은 되었지만 일정한 한계를 보여준선거였고, 이재한후보는 패하기는 했지만 어떤 가능성을 확인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박덕흠후보는 박대통령 퇴임 후 치러지는 다음 선거를 위해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마음이 떠나지 않게 추스르면서 동시에 60대 미만 유권자들의 마음까지 잡아야 하는 숙제를, 이재한후보는 정권심판론으로 뭉쳐진 60대 미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자신에 대한 지지로 만드는 동시에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마음도 돌려야 하는 숙제를 각각 안게 되었다.

두 정치인의 향후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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