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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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예절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5.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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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주 옥천문인협회원

며칠 전 시골에 가서 온종일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절인배추가 다 되어 오는데 앞에서 차 두 대가 가고 있다. 시골의 아주 한가한 2차선 평지길이니 한가롭게 운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땀과 먼지로 흠뻑 젖은 몸이고 너무 피곤하여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었다.

그런데 맨 앞차는 놀러 나온 차인지 급할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60km는 달려줬으면 좋겠는데 완전 거북이다. 추월을 하고 싶어도 앞에 가는 차가 두 대라 아주 먼 길을 그냥 뒤따라갔다. 한참을 가다가 맨 앞차는 속도가 좀 높아지긴 했지만 60km가 안되게 가고 있어서 답답했다. 계속 참고 가다가 추월을 시도하니 바로 앞차는 속도를 줄이며 흔쾌히 양보해 줬다. 그런데 맨 앞차가 문제였다.

양보는커녕 속도를 올리더니 중앙선을 왔다 갔다 하며 앞을 막는다. 그 차는 중앙선을 타고 달리며 노골적으로 계속 추월방해를 한다. 열이 났지만 추월을 포기했다. 괜히 젊은 사람에게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추월, 누가 나를 앞지른다는 것은 기분 나쁜 것이다. 그러니까 앞에서 우물쭈물하거나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놀러 나온 사람들은 급할 게 하나도 없다. 할 일없이 나와서 바쁠 수도 있는 주민들 앞을 막고 거북이 운행을 하는 것은 뭔가 잘못 되었다. 시골사람들은 도시사람들 찾아오는 게 불편할 때가 많다. 한창 바쁠 때 놀러 와서 길을 막고, 좁은 농로에 차갖다 대고 하니 달가울 리가 없다.

먹을 건 전부 차에 싣고 오고, 쓰레기나 남기고 가고. 더러는 농작물에 손을 대는 사람도 있다. 농촌사람도 옛날 농촌사람이 아니다. 농작물에 손을 대거나 임산물을 함부로 채취하다가 주인에게 걸리면 절도문제가 되어 큰 코를 다친다. 지금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녹음까지 할 수있어서 꼼짝을 못한다. 보복운전을 하다가 시비가 붙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쥐꼬리만 한 여유도 없이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하다가 다툰다. 누가 하는 말이 운전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땐 그 사람 안 듣게 혼자서 참지 말고 욕을 하란다. 그래야 받은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운전 중에 열을 받으면 혼자서 욕을 한다. 그러면 시원해진다. 그런데 이건 조심을 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상대방 안 듣게 욕을 해야 한다. 상대방이 알면 시비가 붙어서 더 열을받는다.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자동차 왕국이라 하던가. 참말로 차가 많긴 많다. 과장하자면 사람숫자보다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운전매너도 세계 5대 수준이 되는지 궁금하다. 옆에 공짜로 세울 수 있는 주차타워나 공영주차장이 있는데도 한 발짝 걷기가 싫어서 불법주차를 한다.

옥천시내를 보라. 공영주차장 출입구에 차를 버젓이 세워 통행을 마비시키거나 불편을 주는차들이 얼마나 많은가. 주차를 못하도록 세워둔 시설물이 무용지물이다. 우리나라가 쉽게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렸다.

이미 치료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손을 쓸 수 없는 말기환자와도 같다. 단속도 어려울 것이다. 잘못세운 게 한두 대라야 단속을 하지. 또 그렇게 세운 사람들일수록 단속할라치면 항의가 거칠다.

우리나라가 다른 건 질서가 잡히고 민도도 높은 것 같은데 이 운전예절 만큼은 서로 자숙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일본은 하는 걸 우리는 때를 놓쳤다. 그들은 차고지증명이 있어야 차를 살 수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거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제껏 못하다가 지금 그걸 하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맨손으로 황소뿔빼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공영주차장을 돈들여 만들어 놔도 불법주차는 늘어난다. 주차질서를 세우고 운전매너를 좋게 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는 어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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