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스승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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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감춘 '스승의 날' 행사
  • 천성남기자
  • 승인 2016.05.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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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중략)…스승의 은혜는 어버이시다’. 오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 날은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라는 뜻으로 만든 날이다. 우리는 오늘의 교육을 말하면서 ‘선생은 있지만 스승이 없다’고들 말한다.

여기서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뜻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치는 진정한 선생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은 참 스승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 교직에서 30여년을 넘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 세월 속에 청춘을 묻고 살아온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한 선생님의 애절한 호소가 가슴을 멍울지게 한다. 이상하게도 스승의 날(15일)을 불과 3일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인데도 옥천지역 내 초·중·고를 비롯 충북도립대학 등 각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 행사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예전에는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줄 지어 선생님에게 꽃을 달아드린다든가, 작은 마음의 선물을 한다든가,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등과 같은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외면하고 과오를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을 아예 일찍 끝내는 일도, 재량 휴업을 하는 진풍경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가 오히려 학교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갖는 것이 “큰 고역 중의 고역”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얼마나 서글픈 이야기인가.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왔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인 스승의 날 행사가 ‘촌지’ 부작용으로 이제는 부담스러운 날로 기억된다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선생님은 “가슴으로 진정하게 바라는 것은 스승의 날을 차라리 휴일로 정해 집에서 쉬는 것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 못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 옛날 어린 시절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 친구와 함께 깔깔대던 순수함이 허공에 메아리치고 자상한 선생님의 노랫소리가 가슴에 살포시 내려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케 했던 그런 참스승의 날이 있었다.

한 시골학교의 교장선생님 말이다. 효행상을 받은 한 어린이가 부모님 이혼 후 고등학교를 다니던 언니와 살고 있었는데 언니마저 공장에 들어가 보살핌을 받지 못하게 된 아이는 학교에 올 때마다 매일 아침을 먹지 못하고 왔단다.

이를 안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온 아이를 교장실로 불러 미리 준비해 놓은 포스트를 우유에 타주며 돌보아 주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렇듯 숨은 사랑을 남몰래 받은 아이는 잘 성장해 지금은 어엿한 중학생이 되어 교장선생님을 찾아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다고 제자자랑이 끝이 없다.

요즘 세태가 각박해지다보니 스승과 제자 간, 부모와 자식 간, 친구와 친구 간 사이가 어려워지고 불통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무척이도 집안이 어려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유년시절의 한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의 사랑에 힘입어 사회의 든든한 일꾼으로 성장했던 일화가 흔치 않았던 옛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러한 아름다운 일화들이 사라진 지 오래다. 교사의 허물이 마치 사회 전체의 현상인 냥 앞 다퉈 탑 기사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누구의 책임인가. 스승의 날이 돌아오는데도 스승의 날 행사가 사라지는 이런 기현상의 사회에서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참교육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스승의 날에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그런 따뜻한 날이 다시 올수 있을까를 우리 모두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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