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에 갇혀 살던 애완견 100마리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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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혀 살던 애완견 100마리 ‘떼죽음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5.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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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가풍리 ‘강아지 번식장’서 화재 ··· 갓 출산한 새끼도 질식
케이지에 갇혀 있어 피하지 못하고 참사, 전국 누리꾼들 ‘공분’
시민단체 “동물도 소중한 생명 ··· 규제 강화해 제2사건 막아야"
화재로 타버린 애완견을 사육하던 방 내부모습

평생 철창에 갇혀 번식만 해야 하는 ‘번식장’ 애완견 100여마리가 화마로 떼죽음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옥천읍 가풍리에 위치한 한 ‘강아지 번식장’에서 지난 16일 화재가 발생해 30분만에 불은 꺼졌지만 케이지 안에 갇혀있던 강아지들은 피하지 못하고 모두 질식하거나 불에 타 죽었다.

이 ‘번식장’에서 키워지던 견종은 포메라니안, 말티즈, 푸들 등 소형견이 주를 이뤘다. 모두 일반 가정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애완견이다. 화재로 죽은 대부분의 애완견들은 임신견들과 갓 태어난 새끼들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번식장’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주택(132㎡)이다. 화재로 강아지 참변이 일어난 번식장 내부는 10평(33㎡), 이처럼 좁은 곳에서 애완견 100여 마리가 철창에 갇혀 지내온 것이다.

강아지 번식장 주인 A씨는 경찰조사에서 “타 지역에서 3년째 번식장을 운영하던 중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밝혔다. 확대해 옮긴 것이라면 기존의 번식장은 더 좁았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애완견 ‘번식장’의 참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화재소식을 접한 누리꾼들과 동물시민단체 등은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제2의 가풍리 화재사건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10평의 좁은 공간에 100마리를 키운 것 자체가 학대’라고 주장하며 공분이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피할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 강아지들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케이지에 갇혀 불에 목숨을 잃은 것 자체가 충격이다’, ‘피해당한 강아지들이 인간이라고 생각해보고 우리모두 반성해야 한다’,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것도 경악스럽다’라며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번식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옥천군에 정식으로 ‘동물 생산업장’으로 신고돼 있다. 현행법상 사육 면적 60㎡ 이하에서는 가축 분뇨 배출시설을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부 ‘번식장’ 업주들은 좁은 철창(가로30cm, 세로40cm)을 이중으로 겹치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따로 허가를 받지 않고 있다.

케이지 당 2~3마리의 개를 사육한 것으로 보인다. 좁은 환경도 문제지만 일부 ‘번식공장’의 문제점이 최근 방송에 공개되면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번 화재사건을 담당하는 옥천경찰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강아지 번식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사육 과정이나 환경 등을 조사해 동물학대 혐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케어(동물보호 시민운동단체) 박소연 대표는 “전국적으로 1000여 곳이 강아지 번식장으로 신고 돼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훨씬 많은 수의 사업장이 난립해 있다”라며 “지나친 생산으로 잉여동물이 되면서 헐값에 거래되거나 쉽게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가 생겼다. 이는 유기견을 조장하는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의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새끼에게도 유전적인 질병을 옮겨 애견숍과 소비자의 분쟁을 발생시킨다. 소비자가 있으니 공급도 있는 것”이라며 “수요자의 인식변화를 통해 입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제점은 이것 만이 아니다. 소나 돼지 등의 타 동물들과 달리 개는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단위면적당 적정사육기준이 없다. 현재 옥천군에 정식신고 된 ‘강아지 번식장’은 총 17곳으로 담당하는 공무원은 1명이다. 이에 담당 공무원의 인원확충과 자체적인 조례 및 기준설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가풍리 화재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주민 박모(옥천읍·52)씨는 “조용한 시골마을에 이런 참극이 일어나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고 있어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다. 옥천군청이 확실하게 조례를 만들어 동물을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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