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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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의 정지용詩 다시 읽기(8)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6.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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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고향 황톳빛 짙은 농촌의 정감을 안겨주는 주옥같은 시로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본란은 현대어로 풀어 놓은 시와 해설을 겸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게재된다.                                                                                 <편집자주>

 

딸레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해서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오니,
쬐그만 아주머니마저
누가 데려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어 울었다.

 

■ 작품 해설

위의 시는 「딸레(인형)와 아주머니」라는 짤막한 시를 『정지용시집』에 수록하면서 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적 모티브는 앵두나무 밑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에 대한 추억이다.

그 기억은 인형을 잃어버렸을 때의 슬픔으로 나타나지만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회상으로의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현재에서 돌아서서 과거로 옮아가게하고 과거의 장면을 부활하게 한다.

과거는 현재에서 편안치 않은 영혼에게는 안식처이다. ‘과거-현재-미래를 기억-목격-기대’ 라는 등식으로 가정해볼 때, 내적자아가 순간마다 변하는 것은 기억에 의해 과거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되살리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우리 내부에 아직 존재하는 시간의 발견이고 과거의 실재 세계와 만나게해주는 현실에 있어서의 우연한 감각이다.

이 감각은 우리의 자아 속에 시간과 독립해 있는 기억을 일깨우며, 이 기억은 시간의 폭력에서 우리를 해방하여 구원하는 것이다. 즉 시간 속에 독립이다.

정지용 시인에게 있어 동심은 현재의 불투명성에 대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행위이자, 어떤 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쳐지나간 것과 어떤 기억을 붙잡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정지용은 언어적인 충격들을 재조정함으로써 즉. 지나치게 낯익은 것을 재구성하거나 혹은 이름 없는 강렬함같은 것을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생리적인 것의 심층부에 호소함으로써 독자의 마비된 감각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하여 정지용의 동시는 순간적인 구원을 발견할 수 있는 어떤 군상이나 이미지를 찾아 과거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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