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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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16.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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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구 시인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중에서

존레논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동안 일어나는 우연이 바로 인생“ 이라고 말했다.

살다보면 우연히 스친 만남에 긴 여운을 준 사람이 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구처럼.

누군가를 강골지게 부르고 싶어도 불러서는 안 되는 이름이 있는 것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 에서 조직의 보스의 연인을 연모한 죄는 죽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일희일비하며 몰입하는 것은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르면 자리를 떠나는 관객마다 영화에 대한 느낌이나 여운이 다르다.

관객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느낌의 진폭에 차이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예술이든 일상이든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초현실주의 그림의 감상을 위해서는 그림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필요하다.

형상화된 이미지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각이 없다면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전단지에 불과한 것이다.

인생도 그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난한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행복하기 위해 훈련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과 목적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에 대한 철학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 사람이 주는 행복이 으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린 매일 사람을 만난다.

개중에는 뒷모습만 보이는 엑스트라도 있고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도 있다.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만남에는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

좋은 만남은 끌림과 떨림을 준다. 끌림과 떨림이 없다는 건 매력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런 만남은 상대가 읽히지 않는다.

책도 첫 장에서 끌림이 없다면 쉽게 덮게 된다.

사람과의 만남도 느낌이 없다면 관계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과의 만남에는 나를 읽히고 싶은 사람이 있고 빗장을 걸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가끔 타인의 삶에 밑줄을 긋고 싶은 때가 있다.

행간에 숨겨진 향을 맡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을 읽고 싶은 사람은 흔치는 않다.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화려하지만 공허했다.

그 빛나는 허무함이라니……. 그러나 그의 삶에 밑줄을 긋고 싶다.

누군가 말했다. 행복하려면 사랑하라, 그리고 잊어라.

주인공은 보스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달콤한 인생은 아이러니가 시작된다.

비밀이 없다는 것은 통장에 잔고가 없는 것처럼 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비밀을 지켜내지 못한 주인공에게 조직의 보스는 죽음을 내린다.

언젠가 샤워를 하다 몸에 푸른 멍이 있는 것을 보았다.

검붉게 핀 멍을 보며 언제 다쳤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가끔 아픔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멍이 들기도 한다.

비단 몸뿐 아니라 삶도 그렇다. 깊은 무의식 속에 잠재된 멍, 멍, 멍들……. 가끔 세월의 강물에 몸을 뒤척일 때,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던 푸른 멍이솟아 살갗을 간질인다.

그럴 때면 눈을 감고 아득한 꿈속의 꿈을 찾아 떠나곤 한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일 뿐이다.”

- 영화 <달콤한 인생> 중에서

■ 약력
· 2005년 신춘문예 동화당선
· 현 옥천작가회의 회원
· 현 현대자동차 옥천출고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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