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사랑하는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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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한의사’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2.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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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도깨비한의원 최정식 원장

내 이웃의 아픔을 내 몸과 같이 돌보기를 원하는 ‘도깨비한의원’(군북면 증약길 195-8) 최정식(59) 원장은 옥천 사람이 되었다. 대전과 서울에서 한의원을 하다 2018년 11월 군북면 산자락 한 귀퉁이 땅을 매입해 한의원을 지었다.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이 시원스럽게 펼쳐진 곳이었다. 

최 원장은 원래 국문학도 출신이다. 32세에 대전대 한의대에 들어가 박사과정까지 밟는다. 그는 도시에서 어느 정도 한의원을 한 이후에는 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고향인 경상북도 봉화는 대전과 거리가 너무 멀었다. 20~30년 동안 그에게 진료 받아오던 환자들을 두고 무작정 떠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함께 의료봉사를 갔던 탁영호 만화작가의 소개로 먼저 귀촌해 들어와 살고 있던 지금의 위치를 보고 바로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증약리는 주변이 산과 나무와 하늘이지만 대전과의 거리가 30분 이내 올 수 있는 거리다. 그동안 그에게 진료 받아오던 환자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면서 의료취약지구인 마을 분들도 돌보자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다.

느리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그의 꿈이다. 도깨비한의원은 토요일과 공휴일은 진료를 하지 않는다. 평일에도 6시면 모든 진료를 마친다.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삶이었다. 도시에서는 진료 외에도 경영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시골로 내려오면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 병원을 유지하는데 다른 부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즐긴다는 최 원장은 증약리에 들어와서 메모해 둔 시 한편을 보여줬다. “이 밤 산 어스름이 나를 위안한다/ 외로움은 살아있음의 증거이다/ 나 언제든 치열하지 않은 적 없다/ 이 시간 저 산 그림자가/ 이제 평안하자 그만 치열하자라고 속삭인다/ 심장이 터질 듯 달려온 삶 이제 내려 놓으라/ 어스름 가까울 때까지 울리는 저 소리/ 평안하라 고리산이 주는 위안이다” 그는 고리산(환산의 우리말)에서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치열하게 달려온 인생 2막 산에 기대어 이제는 고단함을 내려놓고 좀 더 여유롭게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가길 원하는 최 원장의 미소가 편안해 보였다. 증약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옥천 사람으로 시 쓰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그는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도 행복하다는 말을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마을에서 문화적인 활동도 해나가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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