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안 받겠다”…어느 건물주의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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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안 받겠다”…어느 건물주의 아름다운 동행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3.05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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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매출 급감하자 5개 점포
한 달 월세 감면해 준 전형표 씨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 되면서 사회 곳곳 어려움이 속출하고 있다. 불안이 가중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매출이 없어도 인건비, 점포유지비, 거기다 월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옥천도 예외는 아니다. 다 같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고통에 처한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기 위해 5개 점포 200만 원 상당 월세를 받지 않은 전형표(사진·63) 임대인의 선행은 어려운 현실에 팍팍해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소식이었다.

전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세입자들이 손님이 없어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져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같은 마음을 먹게 되었다”며 “고향 주민들의 아픔을 같이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우리 옥천은 청정지역으로 주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어려운 시간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이순옥(57) 씨는 지난해 4월 장야포차(문정로 104)를 연 세입자다. 객지에 생활하다 고향 옥천으로 돌아와 작은 가게를 얻어 포차식으로 혼자서 운영해가고 있다. 식당은 재료를 준비해 놓고 손님 없으면 버려야 한다. 얼마 전에는 오리 3마리를 예약했다가 코로나 사태로 취소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게를 열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시름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이 씨는 “집세 주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와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아침에 집주인이 전화 와서 한 달간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시름이 달아날 만큼 고뇌가 사라졌다.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 다시 한 번 힘을 내 살게 해줬다”고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어려움에 처한 다른 분들에게도 착한 임대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런 미담이 퍼져 고통스런 현실에서도 인간애를 잃지 않는 우리 사회가 되어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가장 힘든 시간에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난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난관에서도 강팍해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몇 사람을 살려준 것”이라고 한 이순옥 씨의 말은 한 달 치의 월세가 얼마나 큰 아름다운 선행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얼마의 돈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낳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난관 가운데 한 줄기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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