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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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3.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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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중국 전국시대의 신의 편작은 자신이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어도 의사를 불신을 하거나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면 병을 고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편작은 자신의 전기 편작열전을 남긴 사마천의 문장을 빌려 아무리해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의 종류와 환자의 행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성인이 병의 징후를 예견하여 명의로 하여금 일찌감치 치료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병도 고칠 수 있고 몸도 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병이 많다고 걱정하고, 의원은 치료법이 적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여섯 가지 불치병이 있다고들 한다.

첫째는 교만하여 도리를 무시하는 불치병이다.
둘째는 몸(건강)은 생각 않고 재물만 중요하게 여기는 불치병이다.
셋째는 먹고 입는 것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는 불치병이다.
넷째는 음양이 오장과 함께 뒤섞여 기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불치병이다.
다섯째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약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치병이다.
여섯째는 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불치병이다.
이런 것들 중 하나라도 있으면 병은 좀처럼 낫기 어렵다.

편작이 여섯 가지 불치병들 모두가 놀랍게도 지금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지금 우리는 온몸에 병이 들어 백약이 무효란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인간의 짓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다. 정말이지 모두가 어딘가 병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불치병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불치병은 대부분 편작이 첫 번째로 꼽은 ‘교만하여 도리를 무시하여’ 초래된 정신상의 불치병이 아니겠는가? 특히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병은 자신들의 불치병을 넘어 백성과 나라를 병들게 만드는 강하고 독한 전염성마저 갖고 있어 더 걱정이다. 리더의 불통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며 자기 이익 지키기에만 몰두한다. 백성의 안위, 나라의 미래는 애시 당초 관심 밖이다.

“편작이라도 침과 약을 거부하는 환자는 치료할 수 없고,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바른 말을 듣지 않는 군주는 바로 잡을 수 없다”라는 말처럼 백성들이 우리 리더와 지도층들을 내다버려야만 하는가 하는 마음을 수시로 들게 만드는 부끄러운 우리 현실에 직면해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는 이 중병을 정녕 고칠 수 없을까? 우리 사회 지도층들의 또 다른 고질적 병폐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치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우리 백성들치고 지도자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부끄럽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백성들은 없을 것이다. 리더와 지도층의 무치는 나라와 백성을 절망케 한다. 더욱이 무치는 공사분별의 무시로 나아가기 때문에 그 폐해(弊害)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언행이 남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만 그릇된 언행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누구든 언행에 대해 비판과 질책을 받으면 이내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런데 그 부끄러움이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는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개는 자신을 나무란 사람들을 원망하고 증오하는 적반하장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성현께서 말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지만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를 알기란 어렵다는 말의 의미다. 부끄러움을 회복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편작이 말하는 명의의 조건은 단지 의술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정치, 경영, 조직 모두에 해당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이다. 문제는 이를 무시하는 우리의 무감각과 독선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몹시 병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부끄러움을 회복하여 사리사욕과 탐욕을 털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공사분별의 기본기를 갖추어서 백성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심기일전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이다. 역사는 준엄하게 경고한다. 이를 해내지 못하거나 거부한 나라는 역사에서 예외 없이 퇴출당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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