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받을 나이에도 봉사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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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받을 나이에도 봉사는 기쁨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2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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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길 배창숙 어르신
배창숙 어르신이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창숙 어르신이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은 질병으로 뇌경색이 왔고 치매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배창숙(옥천읍‧79) 어르신은 치매에 걸린 남편의 24시간을 지키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남편의 간병을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병원에 데리고 가는 날이면 다른 질병 검사를 위한 채혈과 치매검사를 위해 하루 종일 병원에서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사람을 간병하고 보호하는 일도 벅찬 일일 텐데 거실 한쪽에 뜨개질한 완성품이 눈에 뜨인다.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도 여러 가지다. 남편을 돌보며 시간이 나는 대로 뜨개질을 하는 것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완성이 되면 원하는 친인척들에게 선물할 거란다.


군서가 고향인 배창숙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봉사하는 삶을 이어왔다. 일찍 수지침을 공부한 그녀는 옥천군자원봉사센터 일원으로 9개 읍·면 오지마을을 돌며 ‘뜸’ 봉사를 실천해 왔다.


“젊은 시절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뜸 봉사를 하러 가면 일 하다가도 쫓아왔다”며 “평생 일해 오면서 이곳저곳 아픈 곳 천지지만 병원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분들이 그렇게 좋아했다”고 과거 봉사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한 ‘나눔이봉사’ 단원으로 중풍 환자들과 유방암, 대장암 환자들이 운동하는 데 도와주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중풍 환자들에게 운동은 필수적인데 혼자서 운동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보건소 내에 있는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배식봉사도 했다.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는 일은 이제 내려놓게 되었다. 지금은 봉사 받을 나이가 되어 많은 부분에서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봉사도 다 때가 있다”고 말하는 어르신의 얼굴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고 환경이 힘들어도 해오던 봉사생활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었던 어르신은 네일아트와 풍선아트를 배웠다. 배움의 즐거움은 배워서 남에게 줄 수 있어서라는 배창숙 어르신은 지금도 간간 ‘나눔이봉사’ 단원으로 네일아트를 하러 간다. 삼양초와 죽향초에서 유치원 어린이 대상으로 풍선아트를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동화되는 기쁨이 크다고. 어르신은 “봉사하는 대신 돈 벌러 다녔으면 돈 좀 벌었을 것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봉사하는 삶은 큰 기쁨이었고 보람 있었다”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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