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늘 아래 꽃집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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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늘 아래 꽃집 여자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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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소정리,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군북면 소정리, 유봉훈 사진작가 제공

 

암세포가 장기로 퍼진 남자를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고 와서
혼자 남겨진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어
 
말라버린 베란다 화분을 드러내고
비파나무와 백합의 알뿌리를 심었지
 
지문은 저녁처럼 풀어져 노을이 되었으려나
 
손금에 남아 있는 날들은 소용돌이에 빨려가겠지
 
번개 치는 도로로 자전거를 끌고 나왔어
 
비가 쏟아질 것을 알았지만
비가 쏟아지는 일 따위 대수롭지 않았지
 
파랑 같은 날들이 펼쳐지겠지
 
‘다녀와서 맨드라미를 심어야겠다’고 중얼거리는
그 여자의 입술이 창백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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