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를 담은 ‘그대로 농장’
상태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그대로 농장’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06.16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질병에 강하고 적응력이 높은 ‘흑염소’

대전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던 한병규(61)씨는 지난 2012년 아내와 함께 귀촌했다. 이들 부부는 청성면 화성리에 터를 잡아 흑염소를 사육하는 ‘그대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이름처럼 흑염소를 위한 자연그대로의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 중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떠나 자연 속 귀농생활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 한병규(61)씨

옥천군 청성면 화성리에서 ‘그대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병규(61)씨는 3만평 이상 규모의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이름처럼 자연 그대로의 삶을 위해 귀농 10년전부터 토지, 축사허가여부, 자연환경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한씨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깨끗한 물’이었다. 그렇게 전국을 돌던 중 옥천군을 알게 됐고, 지난 2012년 아내와 함께 귀농을 시작했다.

소를 키우던 우사가 있는 부지를 매입해 현재 2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한씨는 “흑염소는 면역력이 높아 질병에 강하고 다른 동물에 비해 억센 풀이나 낙엽까지 소화가 가능하다”라며 “사육이 수월한 흑염소 농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계기를 밝혔다.


장기적인 안목 갖기

한씨는 농장운영 직후 소규모로 흑염소를 기르며 적응력이 강하고 신체적 조건이 좋은 종자를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한씨는 “좋은 종자를 매입하고 규모를 늘리는 것은 농가에게도 이익이지만 토종 흑염소의 수가 늘어나니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라며 “현재는 판매로 수익을 올리기 보다 규모 확장에 더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염소 농장 전경.

앞으로 3000마리 이상 규모로 확장계획을 갖고 있는 한씨는 “규모를 늘리는 중이라 현재 수익이 높진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라며 “규모가 확장되면 흑염소 먹이인 건초도 직접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흑염소에게 최상의 사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자연과 유사한 환경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씨는 “동물을 아끼는 마음으로 집안에서 기르며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를 해주는 것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동물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속에 위치한 흑염소 농장은 자연과 가까운 장점이 있지만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에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한 7마리의 풍산개도 기르고 있다.
한씨는 “야생동물로부터 흑염소를 보호하기 위해 타지역에서 풍산개를 데려왔다. 풍산개는 추위에도 강하고 주인을 잘 따르며 사냥실력도 수준급”이라며 “풍산개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고 흑염소 안전 걱정도 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귀농 전 경험도 도움

귀농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본업에 적응해도 유통가능한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더욱이 연고 없는 타 지역에서 시작하는 경우 홍보를 위해 발품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씨는 대전에서 음식점을 운영했던 경험 덕분에 거래처를 만들기가 편했다고 밝혔다. 현재 ‘그대로농장’의 흑염소는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품점으로 납품되고 있다.

한씨는 “과거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이 귀농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귀농후 이전과 전혀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전에 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귀농을 준비하느라 현재 하고있는 일을 소홀히 하지말고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당일 태어난 새끼를 부축하는 어미 흑염소.

“울음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한씨가 처음 농장을 운영할땐 흑염소의 상황을 확인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울음소리는 물론 행동변화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십여 마리 남짓한 흑염소로 시작한 한씨는 “흑염소 울음소리가 사람이 우는 소리처럼 들려서 놀라기도 했다”라며 “흑염소의 행동이나 울음소리에 대해서 이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배고파서 울 때와 새끼를 찾을 때 흑염소의 울음소리가 상황마다 다 다르다.
이건 남이 가르쳐줘서 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귀농을 하면서 흑염소의 울음소리 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사육에 주의해야 할 점도 배웠다. 흑염소는 겨울에 출산을 많이 하기 때문에 출산준비와 관리가 중요하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한 한씨는 “영하의 기온에서 출산할 때는 새끼도 위험하지만 어미 흑염소의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저체온으로 문제가 올수도 있고 간혹 새끼에게 무심한 암컷들 때문에 직접 분유를 타야할 때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출산 후에도 어미흑염소와 새끼가 붙어있도록 계속 주시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주인에게 다가가는 흑염소들.

애교 많은 흑염소

한씨는 ‘그대로 농장’의 흑염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한씨는 “원래 흑염소는 사람에게 위협적인 동물은 아니지만 잘 따르는 동물도 아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농장의 흑염소들은 주인을 알아보고 올라타면서 애교가 많아 어쩔 땐 강아지 같다”라며 “함께 놀아주고 신경 쓰면서 정성들여 키운 보람을 느낀다”라고 흑염소들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단순히 이윤만을 목적으로 사육했다면 이정도로 흑염소들과 어울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생명이 있는 동물을 사육하는 일인만큼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축산업 추천”

한씨는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벼농사나 밭농사 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보다 축산업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농사일에 비해 축사설비 등 초기투입비용이 높을지는 몰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엔 축산업이 용이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농사일은 본인이 열심히 일하더라도 자연재해나 해충 피해를 입으면 그해 수익 자체를 얻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농사일에 비해 축산업은 고정수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업종을 고려하는 중이라면 축산업을 추천한다”라며 “타 업종보다 인력도 적게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축산업이 타 분야에 비해 취약한 문제점도 지적하며 신중히 선택할 것을 권했다.

한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과의 교감이다. 내가 기르는 동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체계적으로 관리가 된다”라며 “의사와 마찬가지로 축산업도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예방과 관리도 철저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밖에 축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씨는 “축산업은 배설물 관리등 철저한 쾌적한 사육환경을 위해 부지런해야 한다”라며 “매 끼니때마다 내 밥은 못 챙겨도 기르는 가축들의 사료는 꼭 챙길 수 있는 책임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축산업은 계속 규제와 허가가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축산업 허가여부도 살펴야한다고 했다.

한씨는 “축사는 주변 민원이나 환경문제로 허가가 나기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2018년부터는 모든 동물 사육이 허가제로 변경된다고 들었다. 축산업을 결정했다면 허가여부도 꼭 고려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끼 흑염소.

신중하지만 확실하게

한씨는 귀농을 결정할 때는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귀농생활은 정년이 없는 새로운 도전이다. 흔히 귀촌의 여유로운 모습을 상상하며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라며 “반대로 본인이 예상하는 최저수익을 기준으로 2~3년은 각오해야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생활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 땐 빠른 포기도 다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씨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귀촌생활에 임해야 하지만 본인에게 부담된다면 3년 이내에 전향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라며 “역귀농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 있는 분야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며 직접 농가를 찾아가면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귀농을 누구나 원하진 않아”

한씨는 귀농을 추천하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지 않는다며 가족의 반대가 있다면 강요하지 말고 우선 당사자가 먼저 시작해보길 권했다.

한씨는 “귀농에 대해 관심 없던 사람을 단시간에 설득하긴 어렵다”라며 “귀농생활에 마음을 열기위해서는 귀농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귀농의 판단은 당사자가 하고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라며 “무엇이든 본인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