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곧 학교”…실개천 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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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곧 학교”…실개천 마을학교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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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엄마 모여 어르신과 아이들 세대통합
행복교육지구 넘어 교육부 특교금 지원 선정
‘실개천마을학교’ 운영진 (왼쪽부터) 김효숙, 금미선, 안영빈, 이은숙, 신수일
‘실개천마을학교’ 운영진 (왼쪽부터) 김효숙, 금미선, 안영빈, 이은숙, 신수일

 

“아이들을 함께 키울 수 없을까”란 고민에서 시작됐다. 마을을 배우고 화합하며 인성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싶었다.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사랑받는 아이로 성장시키고 더불어 어르신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었다. 경쟁구도의 학습이 아니라 창의적이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마을을 내 손으로 가꾸며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마을청소도 했고 꽃을 가꿔 골목을 아름답게 꾸미기도 했다. 산교육이라 믿고 끌고 나갔다. 1년 동안 엄마들이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함께 실천해 온 실개천 마을학교의 가치관과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실개천 마을학교는 2018년 옥천행복교육지구에서 주관하였던 마을교사 역량강화 과정에서 만난 엄마들이 의기투합해 시작됐다. 군민행복일자리로 채용되어 1년간 행복교육지구 민간협력 업무를 하고 있던 안영빈 실무사와 죽향초등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 
이은숙(39) 회장은 “마을교사가 되고자 강의를 들으러 온 주민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구읍에도 돌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가지고 계속 모이게 된 것”이라며 “엄마들의 비정기적 모임에서 지역사회에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역에 있는 고시산청년회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모임 동기를 밝혔다. 이후 고시산청년회에서 별도의 여성분과를 만들어, 하고자 하는 일을 진행했다. 실개천 마을학교는 단순히 아이들만 돌보는 돌봄이 아닌 지역주민들과 어르신들, 마을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학교를 만들어 나갔다.

 

 

 

△마을의 지지는 ‘큰 힘’
이 회장은 “구읍의 8개 리 이장님들을 만나 도움을 부탁하고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는 시간은 참으로 힘들었지만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며 “만났던 많은 분들이 힘을 주시고 지지해주고 있다”고 감사해했다. 
실개천 마을학교 회원들은 감사한 마음을 마을 봉사로 되돌려주고 있다. 봄에는 화분에 꽃을 심어 실개천 다리 위와 8개 리 회관에 전달하고 마을학교 입구에 화분을 놓고 아이들과 물을 주며 가꾸어 가고 있다. 
마을에 행사가 열리면 부스에서 아이들이 체험봉사도 하며 자연스럽게 마을에 관심을 갖게 했다.
 금미선(42) 회원은 “틈틈이 마을을 청소하며 거리를 깨끗하게 하는데 봉사하다 만난 어르신들에게 칭찬도 받고 지나가다 아이스크림, 간식 등을 주시면 아이들은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가지고 해맑게 웃으며 쉬기도 한다”며 “마을 일에 봉사하고, 어르신들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결국 마을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실개천 마을학교는 옥천행복교육지구 사업비를 받아 1학기에 공예, 동화구연, 요리 3가지 수업으로 일주일에 3번씩 21회 수업을 진행했다. 2학기에는 공예, 코칭미술, 곤충, 동화요리 4가지 수업으로 일주일에 4번씩 20회 수업을 했다. 아이들이 주를 이루지만 공예에는 어르신과 아이들 모두 20명이 참여했다. 요리 수업에는 학부모가 4명씩 참여했다. 공예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 모집은 죽향리, 문정리 이장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안영빈(43) 회원은 “수업이 진행됐을 때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처음에는 많이 서먹해했으나 이내 아이들은 인사도 잘하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잘 가르쳐주었다”며 “아이들은 눈이 어두우신 어르신들의 눈이 되어드리고 서로 도와가며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1학기에 정리가 되었지만, 옥천교육지원청에서 실개천 마을학교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교육부 특별교부금 학부모 지원사업비 500만 원을 이어서 지원, 1학기는 민간위탁사업으로 집행했고 2학기는 교육청에서 지출을 담당했다. 

 

지난해 ‘실개천마을학교’ 활동 모습
지난해 ‘실개천마을학교’ 활동 모습

 

 

△세대통합 여행기
1, 2학기 모든 수업을 끝내고 옥천행복교육지구의 지원을 받아 OK마을여행과 조인하여 지난해 10월 26일 아이들과 어르신 40명이 체험여행을 다녀왔다.
신수일(43) 회원은 “첫 코스인 부소담악에 갔을 때 아이들은 쌩하니 재빨리 뛰어다니고 어르신들은 다리가 아프셔서 천천히 가실 때 아차 싶었다. 하지만 두 번째 코스인 향수뜰에 가서 롤케잌 만들기 체험에서는 아이들과 어르신이 짝을 이뤄 롤케잌을 만들며 서로 어려운 부분을 챙기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마지막 코스인 수생식물학습원에 가서는 어르신과 아이들이 서로 같이 산책을 하는 걸 보며 우리 아이들을 부모만 키우는 것이 아닌 마을이 함께 키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며 “마을이 곧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좋았던 점
실개천 마을학교는 1학기를 마치며 발표회를 가졌다. 아이들은 실개천 마을학교를 놀며 배우는 배움터로 즐기고 장기적으로 오길 원했다. 어르신들 역시 “또 오고 싶은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 우리는 더 이상 못 오겠지? 그래도 괜찮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아이들의 교육의 장은 구읍의 어르신들이 내줬다. 운영비는 엄마들이 회비를 걷어서 냈다. 현재는 고시산청년회에서 전기료와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김효숙(42) 회원은 “지원이 없었다면 실개천 마을학교 운영이 녹록치 않았을 텐데 마을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며 “아이들은 어르신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마을을 위해 봉사하면서 자아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힘들었던 점            
실개천 마을학교의 운영진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는 워킹맘이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실개천 마을학교 봉사를 위해 정작 내 아이들의 저녁도 못 챙겨주고 나와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원들은 하나같이 “가끔 뭘 위해 내 아이들은 챙기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피곤해도 시간을 내 나와서 운영을 한다는 것이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개천 마을학교는 수업에 중복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진행했다”며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이 특혜를 보려고 운영한다는 오해를 남기기 싫어서 그렇게 하고 있지만, 간혹 우리 아이들이 특혜를 받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거나, 봉사로 일하는 우리에게 수당이 떨어진다는 오해의 시선들이 운영진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계획
지금 사용하는 공간이 만족도 조사 결과 계단이 높고 화장실이 건물 뒤로 돌아가 불편해 하고 있다. 계단이 높아서 어르신들은 오르내리기 힘들어하고 기운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위험하다. 이은숙 회장은 “마음껏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랑방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이들과 어르신들, 주민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무엇보다 수업을 알차게 만들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이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엄마들이 시작한 작은 일이 기대치가 점점 커지는 거 같아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들과 주민, 더 나아가 마을을 위해 더 열심히 하는 실개천 마을학교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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