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 공즉시색…40년 수행에서 깨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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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40년 수행에서 깨우치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4.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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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용암사 덕암스님의 고행 길
마음의 욕망이 사라지면 동체대비

현대사회는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종용한다. 물질을 축적하고 권력과 명예가 있어야 행복하다고 속삭인다. 사회의 카테고리 안에서 부와 명예,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 무한 반복적인 도전을 하게 한다. 그것이 잘 사는 길이라고 믿는다. 끝없이 상대적인 가치추구에 박탈감과 상실감으로 아파한다. 이렇게 무한질주로 치닫는 인간은 과연 행복한가. 자살률이 치솟고 범죄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한다. 타인의 아픔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강팍한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해야 할 인간의 불행은 끝이 없다. 이전에 비해 물질은 넘쳐나는데 행복은 멀어졌다. 마음 본래의 자리를 잃어버린 개인은 공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30일은 불기 2564년 부처님 탄신일이다. 생·노·병·사로부터 해탈할 수 있었던 부처의 깨달음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렸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장령산 자락 용암사 주지 덕암스님을 찾아 한 말씀을 부탁했다.

△덕암(德岩)스님
덕암스님은 출가한 지 41년이 되었다. 한 해도 쉬지 않고 선방을 찾아다니며 30년 동안 수행에 정진해 오다 지난해 6월 17일 용암사 주지로 왔다. 인연이 되어 왔지만, 선승으로만 지내온 덕암은 한동안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제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고 했다. 
덕암스님은 군대에 다녀온 후 누님을 따라 삼각산 절에 들어가 ‘반야심경’ 법문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그의 화두였다. 법주사로 출가해 수행을 해 온 덕암스님은 “에너지를 함축한 공은 지·수·화·풍 환경조성으로 윤회가 되어 돌고 돈다. 없는 것도 있는 것도 아니다. 물질이기도 하고 비물질이기도 한 한 덩어리다. 의식도 마찬가지다. 의식 자체는 본래 없는 것이고 무명업식에 의해 나타났다가 윤회를 하지만 의식은 가짜다. 실제라고 믿는 의식을 녹여내는 것이 수행이다. 옳고 그름, 선악시비가 없는 본래의 자리로 가는 것이 수행”이라며 수행을 통해 마음의 욕망이 사라지고 인간 본래의 청정한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을 설파했다.

 

용암사 주지 덕암스님
용암사 주지 덕암스님

 

 

△설법
덕암스님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수행으로 마음의 욕망이 사라지면 동체대비(同體大悲 불·보살의 대자비를 발하는 것으로 불(佛)·보살(菩薩)은 중생과 자신이 동일체라고 여겨 대자비심을 일으킴)로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서로 다투지 않고 화합하며 세속적 욕심이 사라진다. 사물을 볼 때 객관적으로 보는 힘이 생긴다. 현대사회는 교육, 환경에 의해 업(業)이 굳어져 수행이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신 집중을 통해 업을 소멸하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한다. 기도와 참선, 주력이나 사경을 통해 꾸준히 수행해나가다 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고, 현실의 욕망을 자제하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지혜의 눈을 뜰 수 있게 된다. 생활 속에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러한 수행은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꾸준한 자기 정진으로 부처님의 가피를 느낄 수 있고 본래의 자신으로 변해 갈 수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이기적 속성이 커지고 타성화 되어가면서 업을 녹이고 마음을 비우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또한, 정보의 발달은 수행에서 멀게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채우기에 급급한 세상이 되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편리하고 유익한 세상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것은 물질, 명예, 권력, 재산과 같은 외형적 것들에 의식을 내주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것으로 오는 행복은 수시로 변화한다. 하지만 부처님 법으로 깨달아가는 내면의 행복은 영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처님 오신 날
30일 부처님 오신 날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종단 차원에서 행사를 다음 달 30일로 연기된 상태다. 용암사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행사는 다음 달로 미루어 진행하지만, 이달 30일에서 5월 30일까지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한다. 덕암스님은 “옥천읍에서 15분 거리의 용암사는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의 공간이 되고 옥천의 공원처럼 생각하고 많은 이들이 찾아와 마음의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이것이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애여래불입상
마애여래불입상

 

 

△용암사
대한불교조계종 장령산 용암사는 옥천읍 삼청2길 400에 위치해 있다. 신라 진흥왕 13년(서기 552년) 의신(義信) 조사가 창건했다. 창건 이후 잘 보존되어 오다가 임진왜란 때 전각과 요사채가 불타 없어졌다가 근래에 이르러 중창됐다. ‘용암사’란 명칭은 경내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지어진 것. 일제시대 때 일본인에 의해 용바위가 파괴되고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법당 내 아미타여래상은 도 지정 유형문화재 193호다. 법당 뒤편으로 100m 지점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입상은 도 지정 유형문화재 17호. 이 불상은 천연 바위에 새겨진 높이 3m의 마애불 입상으로 붉은 바위 색이 매우 인상적이다. 발을 좌우로 벌리고 연꽃 대좌 위에 서 있는 이 불상에서는 신라 말 고려 초기에 유행하던 기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쌍석탑은 국가 지정 보물 제1338호다. 이 석탑은 일반적인 가람배치와 달리 대웅전의 앞이 아니라 사방이 한눈에 조망되는 북쪽 낮은 봉우리에 있다. 석탑이 사방의 조망권이 확보된 위치에 건립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이르러 성행했던 산천비보(山川裨補) 사상에 의해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특히 일출 시 해와 운무의 아름다운 조화가 장관을 이루며 전국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비 내린 후 안개와 구름을 뚫고 해가 솟아오르는 풍경은 절묘하다. 안개와 구름 가득한 날 앞산은 봉우리만 남아 흡사 성이나 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용암사 운무대는 구름이 춤추는 곳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해의 일출은 미국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장소 50곳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용암사 뒤편으로 힘 있게 펼쳐진 바위산을 찾는 등산객과 일반인 등 참배객도 많다. 특히 해마다 연초가 되면 2천여 명의 해맞이객이 찾아온다. 용암사에서는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용암사에서 내려다본 운무
용암사에서 내려다본 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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