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이 남자가 살아 온 길
상태바
꽃을 사랑한 이 남자가 살아 온 길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5.14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농원 강영경 대표의 소통 법
아열대식물원 설립 등 의욕 넘쳐
강영경 대표가 평생 가꿔온 농원을 바라보고 있다.
강영경 대표가 평생 가꿔온 농원을 바라보고 있다.

 

옥천읍 문정리 신농원(神農園) 뒤편으로 비밀의 정원 같은 공원이 있다. 온갖 야생화들이 계절과 함께 피어났다가 지고 뿌리를 뻗어갔다. 공작새도 보였다. 소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니 한눈에 시원스레 펼쳐진 잔디광장이 보였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아래 평생 이곳에서 온갖 식물을 가꿔온 강영경(70)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식물을 가꾸는 일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정신적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꽃만 있으면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며 꽃과 나무와 함께 평생 외길 인생을 걸어온 강영경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전한다.

△자연 조경 전문가
신농원 강영경 대표는 1972년 원예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평생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아왔다. 자연나비모임(관성접우회)과 향수길야생화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지용제 등 옥천의 행사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개최했다. 삼양유치원, 향수어린이집 등 영·유아 및 지역민들을 위한 생태학습 교육을 실시하며 자연 친화적인 지역 사회 소통을 지속해온 자연 조경 전문가다. 또한 지금까지 사비를 들여 사설공원을 조성하고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해 왔다. 이곳은 매년 수백 명의 유치원, 어린이집 원생을 비롯한 주민들이 찾아와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연주회와 결혼식 장소로도 무료 대여했다. 그는 결혼식을 올리는 주인공을 위해 꽃으로 이름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예식을 올렸던 부부가 아이 손을 잡고 올 때 너무나 반갑고 행복하단다.


강 대표는 앞으로 아열대식물원을 지어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그는 충북 야생화 산업 발전을 위해 교육 및 정보교류 등 야생화 보급에 노력하고, 야생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 야생화의 대중화와 소비를 촉진하는 데 주력했다. 야생화연구회를 조직하고 활성화시켜 나가기 위해 야생화 꽃길 조성, 우리꽃 나눔 행사를 추진해 지역농업 발전 공로로 2018년 모범도민 표창을 받았다. 201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2000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쓴 공을 인정받아 모범군민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도 농업에 관한 오랜 경험을 토대로 젊은 귀농·귀촌인들에게 농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하우나 새로운 아이템을 전수할 의사도 밝혔다.

△나비전시회
자연나비모임인 관성접우회를 발족한 강영경 대표는 회원들과 함께 나비 173종, 나방 22종, 박각시 12종, 갑충류 60종, 조류 27종, 세계의 나비 10상자, 세계의 나비 4상자 기타 찬조품 6종을 모아 1995년 5월 군 단위에서 전국 최초로 나비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차원에서 오랜 기간 수집한 붉은점모시나비를 비롯해 지용시의 소재인 ‘나비’와 ‘새’를 테마로 한 전시회를 자율적으로 마련한 것. 이는 지용시인을 기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생태계 보존과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대표는 당시 나비축제로 유명해진 함평군보다 4년이나 앞서 나비전시회를 개최하고 군에 ‘나비축제’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원조성
강영경 대표는 옥천읍 문정리,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70평생을 살고 있다. 이곳은 강 대표뿐 아니라 4대에 걸친 인생이 스쳐간 곳이다. 꽃 한 송이, 돌멩이 하나 눈에 밟히지 않는 것이 없다. 100년 넘게 대를 물려가며 조상들이 살아온 곳을 강 대표 역시 가꾸고 지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1966년 공원부지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54년간 재산행사를 제한받아 왔으나 사비를 들여 사설 공원을 조성, 무료로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하길...
강영경 대표는 “사람들은 힘든 일을 왜 하냐고 묻는데 내게 꽃을 가꾸고 산목하는 일은 즐거움”이라고 했다. 신농원 뒤편으로 넓게 자리한 공원은 수십 년 가꾼 야생화 군락지가 꽃봉오리를 펼치고 있었다. 댕강곷, 병꽃, 피프리플, 자란, 으아리, 다래나무, 매발톱, 양귀비 등 수를 셀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제작기 다른 모양새로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어냈다. 이곳은 봄이 되면 구석구석 꽃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강 대표는 이 꽃들을 돌보고 바라보는 일이 인생의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에 누구나 와서 쉬어가길 바랐다. 아이들이 오는 것을 누구보다 반겼다. 공원 한쪽에 ‘방방’을 설치해 놓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도록 배려했다. 몇 가지 주의사항을 써놓은 표지판에 ‘청소년을 사랑하는 주인아저씨’란 말이 눈길을 끈다.


그는 돈 버는 일보다 자연을 좋아하고 그 자연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 했다. 아름답게 가꿔놓은 곳에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르게 된다며 그것은 돈으로만 꾸며진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의 수고와 정성으로 가꾸어 놓았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70년 인생이 담긴 곳
강영경 대표는 조상대로부터 지금까지 대대로 가꿔온 땅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이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70년의 추억이 서린 곳에서 떠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꽃 한 포기에도 손길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나무의 바람결조차 읽혀지는 이곳은 자신의 호흡과 마찬가지라며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신농원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신농원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농원에서 기르는 공작새.
농원에서 기르는 공작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