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나의 천직…2대째 이어져
상태바
인명구조, 나의 천직…2대째 이어져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6.11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북 옥천소방서 응급구조대 김병흠 팀장
긴급 출동 중인 충북 옥천소방서 김병흠 팀장
긴급 출동 중인 충북 옥천소방서 김병흠 팀장

 

“응급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날은 대원 모두 긴장을 합니다. 시급을 다투는 일에 의연한 응급환자의 가족은 거의 없거든요, 그들을 마주할 때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참담합니다”


충북 옥천소방서 응급구조대 김병흠(54) 팀장은 28세가 되던 해부터 응급구조대 일을 시작해 영동소방서를 거쳐 다시 충북 옥천으로 온지 3년째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위험천만한 직업을 못마땅했던 장인어른은 딸을 내어줄 수 없다며 결혼을 심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출동해서 인명을 구조하는 날이면 이상하게도 신이 나고 즐거웠고, 반면 사람을 잃었을 때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장인은 인간 됨됨이에 반해 결혼승낙을 했다고 한다. 김 팀장 자신도 이 일이 천직이며 남다른 자긍심을 갖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영동소방서에서 근무할 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고 했다. 주말을 이용해 지인들과 천태산으로 산행을 하던 날, 눈보라가 진눈깨비로 바뀌어 산행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느긋하게 설경을 보며 산을 오르던 김 팀장 일행과는 달리 빠르게 산을 오르던 사람이 있었다. 그 모습이 걱정되던 순간, 빠르게 오르던 사람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김 팀장은 먼저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환자는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김 팀장 일행은 주검을 수습해 하산하기로 했다. 기상악화로 헬기도 뜨지 못하는 날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100kg에 육박하는 주검을 들것으로 운반하는 일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9시간에 걸쳐 내려오는 동안 추위와 진눈깨비는 기다려 주지 않고 더욱 퍼부었다. 천신만고 끝에 산을 내려 왔을 때는 모두 기진맥진해 있었다. 며칠이 지나 유족 중 고인의 부인이 감사인사차 김 팀장이 근무하는 소방서를 찾아 왔는데 남편을 잃고 아이들과 남은 부인이 안타까워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다.


“구조대 일을 하면 할수록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모두 내 이웃이란 생각이 더 커요, 그 마음이 없으면 해내지 못할 일이죠” 그래서일까? 김 팀장의 아들(영관·22)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험이 도움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년까지 생계를 떠나 사람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며 자리를 뜨는 김 팀장의 미소가 어둠 속 촛불처럼 환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