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마지막 순간 찾은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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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 마지막 순간 찾은 ‘옥천’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7.09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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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4년차 강영부‧최영미 부부
고추밭에 달린 고추가 아기 같다며 어루만지는 강영부‧최영미 부부
고추밭에 달린 고추가 아기 같다며 어루만지는 강영부‧최영미 부부

 

도시에서 16년 동안 대학교 스쿨버스 기사로 일했다. 매일을 교통지옥과 매연으로 시달려야 했다. 학생을 태우기 위해 버스를 제시간에 대야했다. 촉박함에 소변을 참는 일은 다반사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은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전립선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스트레스는 동맥과 심장에도 손상을 초래했다. 도시에 살며 애써 벌어 모은 돈은 모두 병원비로 소진했다. 병원에 얼마나 많이 다녔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본인부담금 환급금액을 수십만 원씩 되돌려 받았다. 살아야 했다. 아니,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충북 옥천으로 왔다.

강영부(충북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64)최영미(58) 부부는 옥천으로 귀농한지 4년째 접어들었다. 도시생활 당시를 생각하면 꿈에서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말한다. 병원비도 대기 힘들만큼 자주 병원엘 갔다는 강씨는 귀농할 때 넉넉한 자금을 준비해 오지 않아 고생 좀 했다고 한다. 귀농 초기 귀농귀촌연합회에 가입도 하지 않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지만 다행히도 동네 분들이 농작물 재배법을 일러주고 관리방법을 알려 주어 수월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품앗이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이 지금은 자신의 소유 밭 1500평과 도지 300평에 고추, 마늘, 양파, 참깨, 들깨, , 땅콩, 고구마 등을 심고 수확해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알짜배기 귀농인이 됐다.

최영미씨는 지금은 남편 건강이 많이 좋아졌지만 건강이 악화될 대로 진행된 상태에서 귀농을 했기 때문에 남편이 밭일을 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고 한다. “애들 아빠가 지금은 병원 가는 일이 거의 없지만 심장약과 혈액순환제는 평생 먹어야 해요. 그러다보니 일을 할 때는 마음이 놓이질 않아요밭일하는 남편이 걱정스러워 잠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그녀는 물가에 아이 내어 놓은 엄마처럼 긴장한다고 말한다.

“4년쯤 농사를 짓다보니 농작물이 아기 같아요. 올해는 고추밭에 탄저병이 올까봐 고춧대 고정 시키는 말뚝을 물을 끓여가며 소독을 다 했더니 남들이 미쳤다고 하더라니까요. 빚이 좀 있어 올 농사가 잘 돼야 할텐데...” 라고 말하는 그녀의 밭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고추들이 야물게 영글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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