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눈으로 먹는 ‘초당옥수수’‧‧‧농부에겐 ‘쓴맛’
상태바
맛과 눈으로 먹는 ‘초당옥수수’‧‧‧농부에겐 ‘쓴맛’
  • 박금자기자
  • 승인 2020.07.09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멧돼지 습격에 일 년 농사 헛것
판로도 보조금 지원도 없어 막막
멧돼지가 습격한 초당옥수수 밭에서 망연자실한 농부 정일영씨
멧돼지가 습격한 초당옥수수 밭에서 망연자실한 농부 정일영씨

 

생으로 먹거나 살짝 쪄서 먹는 초당옥수수판매가 시작됐다. 기존의 옥수수 맛이 쫄깃한 식감이라면 초당옥수수는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당도가 일반 옥수수에 비해 약 2배 이상 높아 설탕옥수수, 사탕옥수수, 마약옥수수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수분이 많은 장점으로 여름 한철 먹거리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초당옥수수의 수분과 당도를 제대로 살리려면 수확 후 3일 이내에 섭취해야 하며 생으로 먹거나 쪄서 먹는 것이 정답이다. 삶게 되면 수분손실로 인해 옥수수가 쭈글쭈글하게 된다. 몇 해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초당옥수수는 충북 옥천군에서도 틈새 재배를 권유, 재배농가가 점점 느는 추세다.

초당옥수수 수확이 한창인 충북 옥천군 안남면 청정리. 대청농협 옥수수작목반 정일영(69)씨 농가를 찾았다.

장마철 습한 날씨와 고된 밭일에 땀범벅이 된 정씨의 850평 초당옥수수 밭을 둘러 봤다. 옥수수밭 중간중간에 자동차가 지나간 것처럼 쓰러져 있는 옥수숫대가 눈에 띄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멧돼지 떼 습격을 받아 그렇게 됐다고 했다. 오죽하면 옥수수밭에 개를 묶어 놓기도 했는데 효과가 없다고 한다.

뿌리가 약해 잘 쓰러지는 만큼 재배가 까다로워 손도 많이 가고 일반 옥수수에 비해 옥수숫대 키가 작아 옥수수가 낮게 달리다 보니 멧돼지가 습격해 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허다해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멧돼지 등 산짐승 피해를 줄이려면 군에서 포획을 해야 하는데 그도 여러 제도나 엽사의 충원문제로 여의치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대책 강구로 울타리를 치라고 보조를 해주는데 금액이 미미하고 신청한다고 모두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씁쓸해 한다.

정씨는 복숭아는 보조가 많다, 심지어 복숭아 박스까지 지원해주는데 비해 당도 높고 수분이 많은 이유로 씨앗 값도 비싼 초당옥수수와 일반 옥수수는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 폭이 좁아 7~8년 전만 하더라도 154농가가 재배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점점 줄어 84농가만이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라며 한탄스러워 했다.

정씨는 옥수수 냉해 피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한다. “올봄 옥수수를 심어 싹이 올라올 무렵 날씨가 추워졌어요. 강한 싹만 살아남고 다 죽었어요. 냉해 피해 당시 신고를 하면 바로 농가를 방문해서 피해 상황을 조사, 착수해야 하는데 신고를 해도 나와 보지를 않아요. 전화하고 찾아가 따지니 나중에 나와서 조사해 가더라구요. 코로나 때문인지 몰라도 아직 보상 얘기도 없어요

정씨의 옥수수밭에는 냉해 피해를 입고 죽은 옥수숫대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옥수수를 다시 심었지만 냉해 피해를 본 옥수수 농가 중 일부는 갈아엎고 모를 심은 농가도 있다고 했다.

일 년 죽어라고 농사를 지어봐야 추수하고 마음 편히 여행 한번 가기도 힘든 농사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초당옥수수 농사를 짓기로 했는데 판로도 걱정이다. 타지역 농협에서는 경매를 통해 전량 사들이는 곳도 많다. 예전엔 장사꾼들이 돌아다니며 밭을 통째로 사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왠지 장사꾼들도 다니지 않는다. 충북 옥천군에서 복숭아, 포도뿐 아니라 옥수수도 브랜드화 해서 상품의 가치를 높여 농가의 한숨소리가 잦아들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불편한 속내를 비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